국내 종합상사들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기업의 모델이 되었던 일본 종합상사들은 변신에 성공해 안정된 사업기반을 구축했다.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이토추 마루베니 닛쇼이와이 등 일본 6대 종합상사들은 해외시장에서 지난 6년간 연평균 20%의 영업이익 신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모두 5천억엔을 넘어섰다. SK글로벌 관계자는 "일본 종합상사들은 단순한 무역업에서 벗어나 중소기업들의 판매망 관리(SCM) 등 아웃소싱 사업으로 눈을 돌려 다시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종합상사의 한국법인 실적도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작년 수출 실적은 99년보다 39.9% 늘었으며 수입도 44.5%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계속돼 지난 1·4분기 수출은 작년 동기보다 22% 가량 늘었다. 일본 상사들의 이같은 성장은 미래의 활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종합상사들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국내 종합상사들과는 달리 일본 상사들은 매출을 늘리기 보다는 경쟁사간 사업 통합,분사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예컨대 미쓰비시와 닛쇼이와이는 철강사업을 통합,매출 규모가 2조2천억엔대에 달하는 일본 최대의 철강전문 상사를 설립키로 했다. 닛쇼이와이는 또 스미토모와는 LNG사업 부문을 통합하기로 했다. 이토추와 마루베니도 철강부문을 통합할 예정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국내 상사들도 경쟁사간 적극적인 자본제휴 및 사업부문 통합을 통해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모델(BM)을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국내 종합상사들도 몇년전부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대부분의 상사들은 수익성 제고를 위한 사업 다각화에 주력해왔다. 단순 수출중개에서 벗어나 대형 프로젝트,자원개발,플랜트 등 수익기반을 다양화하는 한편 의료 유통 사무서비스 벤처기업 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신규사업에도 앞다퉈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상당수 빛을 보지 못한 채 중도에 사장되고 말았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종합상사의 변신노력은 민첩하기는 했지만 실익이 없었다"며 "해당 사업에 대한 안목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채 유행을 좇는 경향이 강해 실패를 자초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 종합상사들은 어떻게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가. 무역업계 종사자들은 종합상사가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상사의 인력과 네트워크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런 장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려나갈 것인지가 종합상사들이 당면한 고민이다. 이 때문에 종합상사들은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현대상사 김봉관 이사는 이와 관련해 "향후 종합상사는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로서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며 "상거래 금융 오거나이징 리스크관리 정보·물류 사업투자 등의 기능을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는 "향후 상사의 생존은 개별 상사의 사업전략과 기업이념,경영자의 리더십 등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고비용 저효율의 사업구조를 타파하고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신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