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지지가 절반씩 나누어져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알아서 하십시오.정부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그래도 같은 조건이라면,어느 쪽이 더 좋을지 정부 생각은 있을 것 아닙니까" "글쎄요.사정이 정 그렇다면…" 이달말 시한을 앞두고 국민·주택 합병은행장 추천이 잰걸음이다. 위 대화에서 묻는 쪽은 합병은행장 추천위원회측이고 대답하는 쪽은 정부다. 정부는 재정경제부 또는 금융감독위원회일테다. 10일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간 합병은행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앞길이 그렇게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두 은행 합병의 최대 난제중 하나가 바로 은행장을 어느 쪽에서 맡느냐 하는 문제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9일 "합병은행장 선임에 정부는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청와대 보고후 열렸던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그러나 추천위원회의 구성을 들여다 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6명이 참여하는 추천위원회는 기존 합병추진위원회의 김병주 위원장(서강대 교수),최범수 간사(KDI연구위원) 외에 두 은행을 대표하는 2명씩으로 구성돼 있다. 두 은행의 소액주주 대리자로 각각 사외이사 1명씩,역시 두 은행의 해외 대주주인 ING와 골드만삭스의 대리인이 각각 1명씩이다. 외형상 철저하게 균형이 맞춰져 있다. 두 은행을 대리하는 2명이 각각 자기쪽의 김정태 주택은행장과 김상훈 국민은행장을 2대2로 지지한다면 '캐스팅 보트'는 김 위원장과 최 간사가 쥐게 돼있다. 이중 최 간사는 1998년 이후 금감위원장 자문관으로 금융구조조정에 깊숙이 관여,정부와는 자연스럽게 교감이 오가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정부는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는 말이 갖는 설득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행장 선임에 간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재경부에서도 1백% 받아들여질 것인가. 일부에서는 "김상훈 김정태 행장이 합병은행의 은행장과 이사회 의장을 나누어 맡도록 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한 것부터가 정부 개입이라고 보고 있다. 허원순 경제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