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중 대규모 달러 유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통화관리와 환율안정이란 두 정책목표를 놓고 부심하고 있다. 하반기에 들어올 외자는 줄잡아 40억~80억달러. 이를 외환시장에 풀어놓으면 환율이 급락해 수출이 더 어려워진다. 반대로 한은이 달러를 사들이면 통화량이 늘어 물가에 비상이 걸린다. 한은은 일단 시장에서의 달러 소화를 통해 환율이 하향 안정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환율 급락을 예방하기 위해 외자의 일부는 외환보유액으로 흡수할 계획이다. ◇ 달러유입 봇물 =하반기중 경상수지 흑자가 59억달러(한은 전망)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외에 계획된 기업의 외자유치 규모가 최대 80억달러에 이른다. 담배인삼공사의 DR(주식예탁증서) 10억달러, 현대투신 매각 10억달러,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10억∼20억달러, SK텔레콤 지분매각 30억∼40억달러 등이 예정돼 있다. 이미 지난달엔 한국통신(22억4천만달러) 하이닉스반도체(12억5천만달러) LG전자(11억달러) 등의 외자유치가 성사돼 달러가 들어왔다. 이중 한국통신 DR자금은 정부 예산에 잡혀있어 통화 증발 없이 한은이 전액 외환보유액으로 흡수했다. 하이닉스와 LG전자의 외자는 각기 5억∼6억달러 가량이 외환시장에 매각됐다. ◇ 통화 증발로 이어지는 외자 유입 =유입된 달러를 소화하는 방법은 △시장 매각 △달러부채 상환 △한은의 직접 매입 등 세가지가 있다. 시장 매각이나 달러빚 상환으론 국내 통화량이 늘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은이 달러를 사들이면 곧바로 통화 증발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한은은 외환보유액을 확충(달러매입)하면서 통화환수용 통안증권을 대량 발행했다. 통안증권 발행 잔액은 1997년말의 23조5천억원에서 올 6월말 72조2천억원을 기록, 거의 3배로 늘었다. 이 기간중 외환보유액이 4.6배로 급증하면서 증발된 통화를 흡수하기 위해 통안증권을 마구 찍어내다보니 그렇게 됐다. ◇ 금리 내리고도 통화 환수 =한은은 최근 목표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오히려 통화 환수에 나서야 할 판이다. 4월말 금리 급등을 막기 위해 4조4천억원의 통안증권이 조기 상환됐지만 5월부터 다시 순증 발행(5월 2천억원, 6월 5천8백억원)되고 있다. 하반기중 들어올 외자가 시장에 무더기로 풀리면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환율이 급락(원화 과대평가)할 우려가 크다. 한은이 상당량의 달러를 사야 하는 이유다. 한은 관계자는 "외자 유입으로 통안증권 발행을 줄이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인하(통화완화)로 한쪽에선 돈을 풀면서 다른 쪽에선 빨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