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경 해설서 낸 이현주 목사 > 한복 차림에 흰 고무신,짧게 깎은 머리와 깡마른 체구,맑고 형형한 눈빛. 얼핏 봐선 스님으로 착각하기 쉬운 감리교단 소속의 이현주(57) 목사. 그가 '이 아무개 목사의 금강경 읽기'(호미,9천원)라는 불경 해설서를 썼다. 성서에서 동양고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적 편력을 보여온 그가 불교 관련서를 낸 건 처음이다. "훌륭한 주석서들이 많이 나와있는데 목사 주제에 또 무슨 '금강경 읽기'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책을 쓴 건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금강경을 '먹는' 괜찮은 방법이 될 것 같아서요" 책에서 자신을 '이 아무개'라고 한 건 '필자가 누구면 어떤가. 내용이 중요하지'라는 생각에서다. 그만큼 생각과 행동에 거침이 없다. "나는 하느님도 믿고 부처님도 믿는다"고 스스럼없이 말할 정도다. "온갖 번뇌를 깨부수고 저편 언덕(피안)에 이르는 지혜를 얻고 싶은 마음이 기독교 목사라 해서 없겠습니까. 제 속에는 예수님과 여래님이 나란히 계시는데 이 두분 사이에는 아무런 갈등이 없어요. 하느님을 믿는 게 부처님을 모시는 것과 다르지 않거든요" 종교다원주의를 제창한 변선환 전 감리교신학대 교수(작고)의 제자다운 설명이다. 이 목사는 기독교와 불교의 가르침이 모양만 다르지 근본은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두 종교의 접점을 확인해주는 대목이 책 곳곳에서 눈에 띈다. 예컨대 "상(相)이 있는 것은 모두가 허망이니 모든 상이 상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보는 것"이라는 부처님 말씀은 "모든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나왔다"(히브리서 11장 2절)는 성경 말씀과 통한다. "만일 누가 어떤 사물에서 그것을 있게 한 '사물 아닌 것'을 본다면 그는 시방 하느님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책에선 또 성경 외에 다른 불경과 육조 혜능,틱낫한 스님 등의 주석은 물론 노자를 비롯한 동서양 고전도 두루 인용,깊이를 더했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지적 편력에 대해 그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배울 게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여러 종교의 가르침을 섭렵하는 데 대해선 "한가지 꽃보다 온갖 꽃을 다 보는 게 더 재미있지 않으냐"고 설명한다. "혹시 기독교의 유일신 사상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이 목사는 "여러 형제가 한 아버지 밑에 있듯 하느님은 한 분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며 의연하다. "종교는 중심을 향해 깊이 들어간 만큼 폭이 넓어집니다. 그 중심에는 하느님도 있고 부처님도 있어 깊이 들어가면 싸울 일이 없지요. 그런데도 자기종교만 고집하며 싸운다면 하느님을 슬프게 하는 일입니다" 지난해 1월 가족과 함께 삶의 터전을 충남 공주군으로 옮긴 그는 텔레비전도,신문도,인터넷도 없이 산다. 공부하고 번역하고 때로 강연을 나가는 게 그의 일상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쓰여진 인도의 대서사시 '바가바드 기타' 영역본의 번역을 막 끝낸 그는 또 다른 '지적 탐험'을 준비 중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