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에 이어 "동남아경제의 우등생"인 싱가포르도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함에 따라 동아시아 동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도 급격한 경기 둔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를 별 타격없이 헤쳐온 대만경제도 성장률이 뚝 떨어졌다. 경제불안이 가중되면서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도 연일 급락하고 있다. 동아시아 경제를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경제의 둔화로 인한 수출 감소. 특히 정보기술(IT)산업의 급격한 침체는 이 분야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온 아시아 국가들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IT수출 급감,동아시아 경제에 직격탄=미국에 대한 반도체 및 전자제품 부품의 수출 급감이 산업생산의 3분의 2가 수출되는 무역국인 싱가포르 경제를 '경기 침체'로 몰아넣고 있다. 싱가포르의 2·4분기 GDP는 1분기에 비해 10.1% 감소,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1분기에도 전년도 4분기보다 11.3% 감소했었다. GDP가 2분기 연속 떨어지면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것으로 간주된다. 지난해 10% 이상의 고성장을 과시한 말레이시아는 지난 1·4분기 성장률이 3.2%로 곤두박질쳤다. 필리핀과 태국의 1·4분기 성장률도 3% 미만에 머물렀다. 대만의 2·4분기 성장률도 1.1%로 일본과 싱가포르를 제외한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낮았다. 이처럼 성장률이 급락하고 있는 것은 전체 수출에서 20∼40%를 차지하는 IT 수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올들어 지금까지 말레이시아의 반도체 및 부품생산은 전년 동기에 비해 10% 이상 줄었고 대만의 반도체 생산도 12% 감소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1일 온라인판에서 "전세계 투기자본에 의해 농락당한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이번엔 미국발 IT 산업 투자감소라는 바이러스가 아시아 지역을 덮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화불안 확산=경기침체는 통화가치 하락 등 아시아 금융시장 불안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경제가 침체로 빠져들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11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싱가포르 달러 가치가 급락했다. 이날 한때 미국 달러당 1.84싱가포르달러선까지 떨어져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만달러도 최근 컴퓨터 휴대전화 등의 6월분 수출실적이 감소했다는 소식으로 지난 3년간 최저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태국 바트화와 필리핀 페소화의 가치도 현재 미 달러에 대해 1년전에 비해 각각 4.75%,5.88% 하락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