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2,000 붕괴로 국내 증시의 하락 골이 더욱 깊어졌다. 11일 종합지수는 가파른 급락 뒤 반등하며 심한 출렁임을 보였다. 지수 출렁임이 심해질수록 '나스닥 2,000'이라는 기준 좌표를 잃은 시장 참가자들의 상실감은 더욱 크게만 느껴졌다. 아무리 매수와 매도를 저울질해 봐도 엇갈리는 전망 속에 투자 결심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날 옵션 거래량이 479만3,889계약을 기록, 이틀만에 최다기록을 경신한 것도 향후 반등 전망과 추가 하락 전망이 심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결국 모멘텀 공백, 주도주 부재, 매수 주체 상실로 몸살을 앓고 있던 국내 증시는 이제 뉴욕증시와 외국인 매매 패턴에 더욱 동조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12일 국내 증시는 야후, 모토롤라의 2/4분기 실적과 이에 대한 뉴욕 증시의 반응에 좌우되는 전형적인 '뉴욕 바라기' 장세가 될 전망이다. 옵션 만기일에 따른 변동성 확대도 지수 변동폭을 결정한 또 하나의 변수다. ◆ 야후, 모토롤라, 그리고 뉴욕 = 야후와 모토롤라가 11일 뉴욕증시 마감 직후 나란히 2/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기업실적조사 전문업체인 퍼스트콜/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야후는 수익도 손실도 기록하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모토롤라는 주당 12센트의 순손실을 기록, 15년만에 처음으로 2분기 연속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두 회사의 실적 발표를 제외하고는 11일 뉴욕증시에는 별다른 이벤트가 없다. 더욱이 실적 발표가 장 마감 이후로 예정됨에 따라 나스닥지수를 비롯한 주요 지수의 장중 변동성은 제한될 전망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12일로 예정된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와 6월 생산자 물가지수, 소매판매, 미시건대학 소비자신뢰 지수 등 경기 관련 지표를 기다릴 공산이 크다. 그러나 2,000선 붕괴에 따른 심리적 충격으로 최악의 경우 뉴욕증시의 추가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야후나 모토롤라 등이 예상 범위를 충족하거나 이를 소폭 상회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3, 4분기 실적 및 전망이 여전히 불안정하기 때문에 적어도 4월 '인텔 랠리'와 같은 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 옵션만기, 방심은 금물 =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해외 악재로 지수가 급락하면서 옵션만기에 대한 관심은 상당 부분 희석됐다. 대부분 시장관계자들은 만기일 전후로 차익, 비차익 물량을 합쳐 약 2,0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중 옵션과 직접 연관된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 시장 베이시스가 콘탱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히려 프로그램 매물이 대기 매수 세력에게 저가 매수 기회를 안겨줄 것이라는 주장도 들렸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 전망은 나스닥 지수를 비롯한 뉴욕증시의 반등과 이에 따른 외국인 매수세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적어도 뉴욕 증시의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제가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이날 장중 내내 콘탱고를 유지하던 시장 베이시스가 막판 마이너스로 전환 마감됐다는 사실은 부담스럽다. 더욱이 최근 시장 에너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리 프로그램 매물이 적다고 하더라도 매물 소화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프로그램 매도는 차익 491억원, 비차익 351억원 등 843억원 출회됐고 매수는 차익 245억원, 비차익 648억원 등 모두 894억원 출회됐다. ◆ 1조원 공적자금 투입, 효과는 = 정부는 이날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투신사 매수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번주 내로 서울보증보험에 1조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4~5조원도 시장 상황을 감안해 조속히 투입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서울보증보험과 투신사간 대지급 조건을 놓고 첨예한 이견을 보이고 있어 공적자금이 실제 투신사로 유입되는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장 시장 에너지를 보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이날 김진표 재정경제부 차관이 단기적인 증시 부양보다는 시장 체질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에 의한 에너지 보강은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