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식 로맨틱 코미디..'브랜단 앤 트루디' VS '타인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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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경쟁이 치열한 여름 극장가에 유럽 로맨틱 코미디 두편이 차례로 뛰어든다.
14일 개봉될 프랑스의 "타인의 취향"과 21일 선보일 영국의 "브랜단 앤 트루디".
유럽 영화다운 은근한 유머에 "인간"과 "관계"에 관한 진지한 성찰이 담겨있다.
촘촘하게 짜여진 이야기망이 몹시도 매력적인,첫키스처럼 날카롭진 않아도 오래 사귄 연인의 품처럼 정감있는 작품들이다.
타인의 취향(Taste of Others.감독 아녜스 자우이)
"타인의 취향"은 "타인과 관계맺기"에 관한 유쾌하고 지적인 통찰이다.
세쌍의 남녀가 만나고,사랑하고,헤어지고,사랑을 얻는 모습을 그린 영화는 취향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타인들과의 "소통"을 꿈꾸고,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예민하게 포착해간다.
어떤 커플은 타인의 취향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변화해간다.
이들의 변화는 새로운 세계를 향한 "열림"이자 "성숙"이다.
또다른 커플은 취향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혼자만의 동굴속으로 돌아와 웅크리고 만다.
"취향"은 단순히 기호를 넘어선 "서로다름"의 의미로 확장된다.
아기자기하고 사소한 에피소드들은 미세한 심리변화까지 감지해내는 꼼꼼한 연출로 입체감을 입는다.
내면묘사가 어찌나 섬세한지 배우의 얼굴보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먼저 전해질 정도.
슈베르트,베르디 오페라부터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까지 인물들의 감정을 구석구석 전달하는 음악도 매력있다.
극중 마니역으로 직접 출연하기도 한 여류감독 아녜스 자우이 감독은 카스텔라역의 장 피에르 바크리와 부부사이.
장편데뷔작인 "타인의 취향"에서 시나리오에 연출까지 도맡아 다방면의 재능을 과시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았다고 호평받은 영화는 프랑스 세자르상 4개 부문을 휩쓸었고 이탈리아 도나텔로상 외국어영화상,유럽 영화상 각본상,캐나다 몬트리올 영화제 작품상등에 이어 올해 아카데미상에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광화문 씨네큐브 단독개봉.
15세가.
(02)2002-7770
브랜단 앤 트루디(When Brendan Met Trudy.감독 키에론 월쉬)
브랜단.
고교교사.
완고하고 꽉꽉막힌 좀생원.
테크노 파티에서도 성가대식 창법으로 찬송가를 뽑아대는 엽기맨.
온세상의 왕따.
그의 "세상경험"은 영화속에서만 이뤄진다.
그 결과 "걸어다니는 영화사전"이 됐다.
하지만 그의 삶에도 기적같은 일이 생겼으니 사랑스런 여인 트루디와 사랑에 빠진것.
발랄하고 화끈한 여자는 브랜단의 "실제삶"에 영화같은 활기와 자극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그 여인의 정체는 도둑.
엄숙한 도덕주의에 목맸던 남자는 고민에 빠진다.
"브랜단이 트루디를 만났을때"라는 원제목은 "브랜단 앤 트루디"가 나아갈 방향을 귀띰하는 예고문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에서 제목을 빌린 영화는 숱한 영화속에서 장면장면을 따온다.
빌리 와일더 감독이 만든 "선셋대로(1950)"의 오프닝 신으로 문을 연후부터 잇따라 다른 영화속 장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실연 당한 남자는 "노틀담의 꼽추"의 주인공 콰지모도의 대사인 "내가 너처럼 돌이었다면"을 읊조리며 눈물짓는다.
존 포드 감독의 "말없는 사나이""수색자""옛날 옛적 서부에서"같은 영화들도 멋지게 감정을 대변해준다.
성격이 극과 극인 두사람이 벌이는 엉뚱한 소동들을 보며 웃어대는 동안 "타인"으로 인해 성숙하는 인생의 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사랑스러운 조연 캐릭터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꼭 기억해야 할 한가지.
자막이 올라간후 이어지는 장면들이 "본게임"보다 몇배 더 즐겁다.
18세가.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