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역외세력의 매매동향에 휘둘리며 상승과 하락을 오간 혼조세를 보였다. 달러/엔 환율은 시장 지표로서의 역할을 잃었다. 신흥시장의 불안 여진이 여전히 환율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수급에 의한 미묘한 장세가 연출됐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40원 내린 1,307.4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장 막판 시장 공급물량이 많아지면서 적극적인 저점 경신이 이뤄졌으며 시장은 무거워졌다. 하락세로 출발한 환율은 개장초부터 강하게 밀어붙이는 역외매수세의 위력에 꾸준히 상승가도를 타면서 1,312.5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지난 4월30일 장중 1,323원을 기록한 이후 최고치. 중요한 레벨로 인식되고 있는 1,310원을 역외매수세가 손쉽게 뚫어 추가 상승에 대한 인식이 시장에 팽배하면서 사자(롱)마인드가 휩쓸었다. 그러나 이내 외국계펀드가 1억5,000만∼2억달러에 달하는 차익실현매물을 내놓자 달러매수초과(롱) 상태였던 거래자들도 롱처분 물량을 쏟아내 급작스건 하락세로 돌변하며 낙폭을 키웠다. 역외세력의 매매패턴에 따라 환율이 뒤죽박죽된 셈. 오후에는 오전중의 시소게임에서 벗어나 다소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급과 재료사이의 고민이 지속되는 가운데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참가자들은 실제 물량 여부에 대해 오후장 초반 탐색전에 나선 뒤 본격적인 거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역외 펀드가 원/엔이 1,030원일 때 사서 오늘 1,050원대까지 오르자 적극적으로 차익실현에 나선 것 같다"고 "달러/엔을 따르지 않고 역외 움직임에 따라 뒤죽박죽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량이 많다고 생각하는 거래자는 추가적으로 매물을 내놓고 동남아, 남미 등의 펀더멘털을 고려하는 거래자는 1,305∼1,306원에서 저점 매수에 나설 것"이라며 "오후 거래범위는 1,304∼1,310원"으로 예상했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사흘동안 급등한 환율이 한 풀 꺾일 때가 됐다"며 "역외에서도 차익실현에 나서고 국내서도 같은 생각을 지닌 거래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달러/엔 환율은 124.10∼124.40엔 사이에서 거래됐다. 달러/원의 움직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으며 엔/원은 최근 1,020원대에서 1,050원대로 뛰어올라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달러/엔은 11일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가 디폴트설이 돌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B+에서 B-로 두 단계 내리고 향후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분류, 미국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인식으로 뉴욕장에서 하락세를 탔다. 기업들의 실적우려도 이세 가세했다. 이에 따라 달러/엔은 한때 123엔대까지 접촉한 끝에 124.37엔에 마감했으며 도쿄장 개장초에는 낙폭을 키웠다가 소폭 반등했다. 당국에서도 1,312원에서 물량을 푸는 모양새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1,310원에 대한 부담감이 거래자들에게 자리잡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닷새째 주식 팔자에 무게를 실으며 낮 12시 17분 현재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01억원, 8억원의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화요일 순매도분 854억원중 일부가 역송금수요로 나왔다. 전날보다 1.30원 낮은 1,307.50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307.20원에 내려선 뒤 9시 34분경 1,309원을 기록해 전날 마감가대비 오름세로 전환했다. 달러/엔이 124엔대 초반까지 가라앉고 국내외 증시가 상승한 것을 반영했으나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역외선물환(NDF)환율이 1,315.50원까지 올랐고 강한 역외매수세의 유입에 자극받았다. 이후 환율은 오름폭을 확대, 9시 56분경 고점을 1,312.50원까지 높인 뒤 한동안 1,311원선에서 거닐다가 물량 공급으로 인해 한동안 전날 마감가를 놓고 좌우왕복했다. 11시24분경 1,307.10원으로 장중 저점을 깬 환율은 1,306원까지 저점 경신에 나선 뒤 1,306∼1,307원에서 거닐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