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산업이 이긴 비결은 ] "쉬리(1999년)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친구(2001년)" 한국 영화산업의 신(新) 르네상스를 연 초대박 영화들이다. 헐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영화자본의 공세에 맞서 국내 영화의 자존심을 세우고 한국 영화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쉬리'는 아시아권에서는 유례없이 개봉 당시 타이타닉을 누르고 관객 6백만명을 동원했고 'JSA'도 비슷한 수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6백만명에 입장료 7천원을 곱하는 단순 계산을 하더라도 4백20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다. 계속해서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친구'는 이미 관객 동원 8백40만명을 넘어섰다. ◇ 산업마인드의 확산 =98년부터 한.미투자협정을 통해 영화시장을 개방하라는 압력을 미국측으로부터 받아 영화인은 물론 국토가 들끓은 적이 있었다. 이에 자극받은 영화인들은 벼랑 끝 승부근성으로 한국영화를 환골탈태시켰다. 돈이 되지않는 영화는 아예 기획단계부터 취소됐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유인택 회장은 "주먹구구식 한탕주의 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한국 영화계에 시장이 개방되면서 본격적인 산업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해외유학 인력의 본격 진출 =영상산업의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보고 우수인력들이 80년대에 해외에 대거 몰려갔다. 외국의 유명대학 영화과에 한국인 붐을 일으킬 정도였다. 미국 LA 영화의 본고장인 USC(남캘리포니아대) 영화과 대학원 과정에만 한국인이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돌아와 미국의 최첨단 영상기술 및 제작기법 등을 한국 영화 제작에 투입했다. '친구'의 곽경택(뉴욕대) 감독, '오수정'의 홍상수 감독 등이 대표적이다 ◇ 한국식 영화투자-인터넷펀드 =인터넷을 통한 네티즌 펀드가 영화 투자에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반칙왕'은 인터넷을 통해 영화 제작비용 가운데 1억원을 모아 흥행에 성공한 뒤 투자자들에게 97%의 수익을 돌려주었다. '친구' '리베라메' '파이란' '신라의 달밤' 등이 모두 네티즌 펀드를 통해 투자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영화제작에 참여하려는 네티즌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져 '친구'는 1억원을 모으는데 1분, '신라의 달밤'은 1억5천만원 공모가 10초만에 끝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기존의 영화투자펀드도 한국 영화산업의 자금줄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8개 펀드, 7백50억원이 모인데 이어 올들어서는 이미 7개 펀드(6백61억원)가 결성됐다. KTB네트워크 하성근 엔터테인먼트팀장은 "연간 한국 영화 제작비 규모는 약 8백억원으로 추정되지만 기존 영화 제작사와 벤처캐피털들의 투자재원을 모두 합하면 1천5백억원을 웃돌게 돼 한국 영화산업은 자금 측면에서는 어느 때보다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 문제점은 없는가 =최근 영화산업의 급속한 성장은 거품이라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탄탄한 시나리오의 완성이나 독립영화제작 등이 활발하지 못한 현실에서 한국적 소재만을 갖고 시류에 편승해 성공했다는 논지이다. 세계 시장에서 보편성을 확보할 수있는 작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인프라의 투자가 우선돼야 하며 그래야만 본격적인 외국영화의 공세에 앞으로도 맞서 나갈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