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김정태 행장 양자 대결로 평행선을 달리던 국민.주택 통합은행장 선출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동안 설(說)로만 거론되던 '제3의 인물론'이 공식화됐기 때문이다. 물론 합병추진위원회가 12일 CEO 후보선정위원회 첫 회의에서 제3의 인물을 후보군에 포함시킨 것은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요식 절차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실제 국민.주택은행측은 "제3의 인물을 선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3의 인물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정도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병주 합추위 위원장이 기업·금융계 등에서 5명의 후보군을 이미 선정했다고 밝혀 이들이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설령 이번 합병은행장으로 선임되지 않더라도 폭넓게 형성돼 있지 않은 금융기관 CEO후보 그룹을 형성하는 인물이란 점에서 그렇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 이후 금융계에선 이들 후보군의 리스트가 루머 형식으로 나돌아 이들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 제3의 인물이 행장으로 선출될 경우 통합은행에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 1백70조원에 달하는 합병은행을 외부인이 끌고 가려면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 분명하다"면서 "이 경우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반감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해 출범한 한빛은행의 첫 행장으로 외부 인사를 기용,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던 선례가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지적은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국민.주택은행측도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두 은행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부실 은행간 강제 합병도 아닌 우량 은행간의 자발적인 합병인데 외부에서 CEO가 온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CEO 선정위도 이같은 점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제3의 인물론을 공식적으로 들고 나온 것은 양측의 의견 대립이 워낙 커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 인물이 행장으로 선출되려면 선정위원 6명중 4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국민.주택은행측 선정위원(사외이사와 외국인 대주주 포함) 4명이 반대할 경우 제3의 인물이 행장이 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김 위원장도 "두 행장이 우선 고려대상"이라고 밝혀 2명중 1명이 행장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금융계는 관측하고 있다. 결국 통합은행장 선정은 골드만삭스(국민) ING(주택) 등 외국계 주주, 김 위원장, 최범수 간사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