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역외 롤러코스터' 타고 8.10원 급반락(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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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전날에 이은 개장초 급등세에서 탈출해 나흘만에 하락 마감했다.
엔화와 무관한 매매패턴을 보인 역외세력이 매수와 매도를 번갈아가며 환율을 좌지우지했다.
이에 따라 시장 심리는 혼란에 빠진 가운데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쪽으로 보고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8.10원 내린 1,300.70원에 마감했다. 사흘 내리 상승하며 한달여간 유지된 1,290∼1,310원 박스권을 뚫고 올라서자 시장참가자들의 경계감이 강하게 작용했다.
개장전반 급등에서 급락의 시소게임은 역외세력이 견인한 결과였으며 최근 악화된 국내외 증시는 반등에 나서 시장주변여건은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여전히 동남아와 신흥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해 뇌관을 여전히 안고 있는 상황이다.
역외매수가 이날도 이어지자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을 가져갔던 참가자들은 역외가 매도로 돌아서자 황급히 달러되팔기(롱처분) 물량을 끊임없이 내면서 하락폭을 깊게 했다. 장중 낙폭은 무려 12원에 달했다.
밤새 뉴욕 증시 동향에 따른 역외세력의 매매가 관건이며 13일 개장가가 1,300원을 수성하느냐가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300원을 중심으로 분위기에 따라 좌우왕복하는 장세가 예상된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초반 역외매수세로 NDF시장에서 올라선 수준까지 가리란 기대로 사자(롱)플레이가 펼쳐졌으나 역외가 방향을 틀면서 롱처분이 장 막판까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변여건은 아직 불안하며 미 증시에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 같다"며 "내일 거래는 1,295∼1,310원으로 보고 있으며 1,300원이 지켜지면 위쪽으로 오를 여지가 더 많다"고 전망했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오늘 급락하기는 했지만 1,300원 밑으로 가는 것은 당분간 쉽지 않다"며 "나스닥 폭등이나 달러/엔이 123엔대로 진입하면 모르겠지만 다른 여건으로 볼 때 매수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 혼란스런 매매동향 보인 역외세력 = 역외세력은 개장초 강한 달러매수세에서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로 돌아서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기본적으로 엔화와 연동된 매매패턴을 보이던 역외세력은 최근 엔화를 제껴놓고 신흥시장의 위기감을 받아들이는 듯 했다.
전날에 이어 개장초 강력한 매수세로 환율을 1,312.50원까지 끌어올린 뒤 이내 차익실현에 나서자 환율은 황급히 가라앉았다. 한 시장관계자는 "외국계펀드가 1억5,000만∼2억달러에 달하는 차익실현매물을 내놓자 달러매수초과(롱) 상태였던 거래자들도 롱처분 물량을 쏟아냈다"며 "역외 펀드가 원/엔이 1,030원일 때 사서 오늘 1,050원대까지 오르자 적극적으로 차익실현에 나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달러/엔 환율은 1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피치가 아르헨티나의 국가신용등급을 두단계 하향조정하자 하락세를 타며 124.37엔에 마감하고 이날 대체로 124∼124.50엔 사이에서 움직였다. 달러/원 움직임에 영향을 주지 못했으며 엔/원은 최근 1,020원대에서 이날 1,057원까지 뛰어올라 이전 수준을 회복중이다.
달러/엔은 개장초 123.98엔까지 미끄러졌으나 무디스의 일본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로 124.50엔까지 튀어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닛케이지수가 오르는 상황에서 시오카와 일본 재무상이 "일본 증시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상승세를 부추기고 "일본은행(BOJ)의 추가적인 금융완화책과 시중은행에 대한 추가 자금유입이 필요하다"고 말해 엔화를 지지했다.
일본은행(BOJ)은 이날 월례 정책회의를 열어 통화정책 논의를 시작했다. 13일 회의 결과가 나올 예정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존 통화정책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업체는 개장 전반 중요한 레벨인 1,310원을 뚫고 올라서자 보유물량을 적극적으로 풀었으며 환율이 급락한 오후에는 관망세를 보였다. 결제수요는 차례로 저항선에서 버티며 물량을 흡수했으나 공급 물량에 비해 역부족이었다. 시장 포지션은 무거운 상태를 유지했다.
당국에서는 1,310원 이상에서는 물량을 푸는 모양새를 보였다고 알려졌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달러/엔이 124엔대 초반까지 가라앉고 국내외 증시가 상승한 것을 반영, 전날보다 1.30원 낮은 1,307.50원으로 출발했다.
개장 직후 환율은 1,307.20원에 내려선 뒤 9시34분경 1,309원을 기록해 전날 마감가 대비 오름세로 전환했다.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역외선물환(NDF)환율이 1,315.50원까지 오르고 강한 역외매수세의 유입에 자극받았다.
이후 환율은 오름폭을 확대, 9시56분경 이날 고점인 1,312.50원까지 높인 뒤 한동안 1,311원선에서 거닐다가 차익실현 매물의 적극적인 등장으로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전 마감때까지 하락세를 지속하며 1,306원까지 내려선 뒤 저가 매수가 나와 1,307.40원에 오전 거래를 마감했다.
오전 마감가보다 0.90원 낮은 1,306.5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한동안1,306∼1,306.90원 범위에서 갇혀있다가 2시19분 1,305.90원으로 내려선 뒤 한동안 1,305원선에서 거닐었다.
이후 환율은 급락하는 분위기 속에 3시12분경 1,301.10원까지 저점 경신에 나선 뒤 저가 매수세가 나오면서 1,302∼1,303원에서 안정적으로 흘렀다.
막판 매물 공급이 확대돼 4시28분경 1,300.50원까지 다시 저점을 낮췄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닷새째 순매도 기조를 이으며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각각 190억원, 2억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규모가 적어 환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나 지난 화요일 854억원의 순매도분이 역송금수요로 나와 개장초 환율 상승세를 도왔다.
장중 고점은 지난 4월 30일 1,323원이후 최고점인 1,312.50원, 저점은 1,300.5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12원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변동폭이 가장 컸던 전날의 8.80원을 하루만에 능가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30억8,5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9억7,58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4억3,500만달러, 1억2,750만달러가 거래됐다. 13일 기준환율은 1,307.2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