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정기자의 '패션읽기'] 성공이냐...공생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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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격인 두 패션업체가 있다.
두곳 모두 브랜드 역사나 소비자 인지도,매출 등 모든 면에서 업계 정상급이지만 이들에 대한 업계내 평가는 사뭇 다르다.
A사가 만든 옷은 실패가 없다.
항상 큰 인기를 누리며 팔려나가고 제품 이미지도 좋다.
효율관리도 뛰어나 재무구조가 가장 탄탄한 회사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A사를 지켜보는 업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성토의 목소리 대부분은 '리딩업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점에 모아진다.
"한국 패션을 대표하는 최고의 자리에 있다면 '내 살길'뿐 아니라 업계 전체의 발전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요? 새로운 사업을 찾아 길을 제시하거나 후진양성에 투자하는 등 앞서가는 업체가 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A사는 그 흔한 패션쇼 한번 해본 적이 없어요.돈 낭비라는 생각때문이지요"
단순히 시샘과 부러움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뼈아픈 지적이다.
A사의 패션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 A사가 성공한 배경에는 회사 출범 초기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내놓은 것이 크게 한몫했다.
그러나 지금은 '카피브랜드'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외국 유명브랜드를 베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B업체의 경우 이와는 반대다.
몇몇 이름이 크게 알려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패도 많았다.
실험적인 패션매장을 너무 일찍 국내에 선보였다가 시장적응에 실패하고 중단했던 경험이 수차례나 있다.
의류와 다른 분야를 접목시키는데 앞장서는 것도 이 회사의 몫이다.
이처럼 '돈 안되는' 사업을 하다보니 한때 재정적인 위기를 겪기도 했다.
또 패션 관계자들 사이에는 '사람 좋은 회사'로 통한다.
그래서인지 B사는 업계에서 인기가 높다.
B사가 최근 상표권 소송으로 어려움을 겪자 많은 이들이 "패션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B같은 회사는 잘 돼야 한다"며 "서명운동이라도 벌여야 되는 것 아니냐"고 자기 일처럼 나서고 있다.
성공이냐,공생이냐,두 업체의 행보는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