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전날 미국 증시의 폭등세를 앞질러 반영한 뒤 '사주경계'에 들어갔다. 목요일 뉴욕 증시는 GE와 모토롤라의 예상보다 나은 실적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 소폭 증가 전망을 재료로 폭등했다. 장 종료 후에도 AMD, 램버스, 주니퍼 네트웍스 등 반도체와 네트워크주가 수정한 전망치를 충족했다. 국내 증시는 장 초반 종합지수가 11포인트 이상 급등하며 열기를 이어가는 듯 했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폭등 장세에 가려졌던 미 실업 관련 지표와 유럽 최대 반도체업체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수익 반감, 모토롤라의 이번 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 우려 등이 영 꺼림칙하다. 13일 아르헨티나 국채 만기일과 관련, 모라토리엄 가능성과 함께 신흥시장의 동요 우려가 제기된 점도 진정제로 작용했다. 모건 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가 또다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5%에서 2.4%로 0.1% 포인트 하향조정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분이 지난 6월 이후 적자로 돌아섰으며 사실상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는 전언도 상승에 대한 지지도를 희석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전날 강세에 대한 부담으로 약세를 보이자 나스닥선물이 동조, 상승세가 주춤거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다음 주 인텔, IBM, 선마이크로시스템 등 굵직굵직한 IT 기업의 실적 발표 예정 일자를 손꼽으며 '아직은 불확실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 박스권을 설정하라 = 대부분 시장 관계자들은 주가가 지난 수요일 545.76에서 단기 바닥을 확인했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특히 종합지수가 반등한 545 포인트는 기술적 지지의 잣대로 자주 사용되는 피보나치 수열상 의미가 크다는 점에서 바닥 확인에 대한 신뢰가 높다. 따라서 당분간 이동평균선 재정렬을 위한 바닥권 형성 과정이 지속된다는 기술적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지선을 확보함에 따라 새로운 박스권 설정 작업도 분주하다. 대부분 시장 관계자들은 새로운 박스권으로 550~580을 지목하고 있다. 580선은 지난 6일 두 번째 하락갭의 상단 부분이자 4월 중순 상승폭의 되돌림점이라는 측면에서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12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576선을 새로운 저항선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조용찬 대신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500~550은 지난 9개월 동안의 모든 악재가 반영된 지수대"라고 설명한 뒤 "결국 550선 아래에는 상당한 대기 매수 세력이 존재할 것으로 보여 지수 급락이나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음 주 미국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지수 550을 기준으로 저점 매수하거나 추가 반등시 고점 매도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다음 주 뉴욕에선 = 다음 주 뉴욕에선 IT 대표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17일에는 인텔과 애플컴퓨터가, 18일엔 AOL과 IBM이 지난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목요일인 19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e베이, 노텔네트웍스,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자일링스 등이 실적 발표를 내놓는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들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예상 범위에 포함되느냐 여부 보다는 향후 3, 4분기 실적 개선 가능성에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