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주식을 싼 값에 사서 기다려야 할 때입니다" 현대증권 정태욱(42) 이사는 "국내 증시가 8월께부터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경기가 4.4분기께 회복세를 보였다가 내년 하반기부터 다시 침체되는 "W"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 주식을 사야 하는 이유도 일시적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국과 한국 증시가 3.4분기 중반께부터 반등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국내 증시가 대세상승에 나서려면 첨단기술주들이 "부활"해야 하는데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 첨단산업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므로 기대수익률은 낮춰 잡을 것을 권장했다. -미국 경기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데. "3.4분기에 바닥권에 도달한 뒤 4.4분기에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다시 하락해 2003년부터 회복되는 W자형 회복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미국 경기회복 정책의 근간은 금리 인하를 통해 거품 소비(Consumption Bubble)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과잉설비를 해소해 보자는 의도가 숨어 있다. 금리 인하와 소비 증가로 인한 경기회복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설비투자 증가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회복은 어렵다" -그렇다면 국내 경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 "수출이 경상GDP(국내총생산)의 40% 이상이고 수출품의 절반 가량이 IT(정보기술) 관련 제품이기 때문에 미국에 철저히 연동될 수밖에 없다. 전통산업 쪽이 먼저 살아날 것으로 본다. 전통 기업들은 지난 99년 하반기부터 닷컴기업들에 자금줄을 빼앗겼다. 지속적으로 설비투자가 줄어 이제는 수요증가율과 생산증가율의 차이가 3∼4%포인트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첨단기업들은 작년 상반기까지 설비투자를 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친다" -IT 분야는 당분간 가망이 없다는 얘기인가. "반도체 경기는 IT산업 설비투자 사이클과 연동돼 있다. 특히 한국의 전기.전자 수출은 미국의 IT 설비투자 사이클에 2∼3개월 가량 후행한다. 미국의 IT 설비투자가 늘지 않는 한 수출호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전통산업이 살아나 소비심리가 호전되면 가계의 PC 수요가 늘어 내년 2.4분기부터 D램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은 있다. 반면 내수산업인 통신서비스는 다르다.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있기 때문에 이용료가 오르거나 통화량이 늘어야 경기가 살아날 수 있는데 정부에서 요금을 깎으려 하고 있고 콘텐츠 제공자(CP)들의 데이터 프로그램 전송량도 늘지 않고 있다" -대세상승이 어렵다고 했는데. "국내외 경기 전망에 비춰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국내 증시에서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기술 관련주들이 살아나지 않으면 대세상승을 외치기가 어렵다. 다만 미국 경기가 4.4분기에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증시는 8월께부터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연말 종합주가지수는 700∼750선으로 보고 있다" -투자를 한다면 어떤 종목이 좋을까. "미국과 한국 모두 첨단산업보다는 전통산업 경기가 먼저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나스닥 지수보다 다우지수의 움직임을 더 주시해야 한다. 가치주나 금융주를 저가 매수해볼 만하다. 효성 SKC 현대자동차 신세계 이수화학 삼영열기 등과 현대해상 동부화재 대한재보험 국민.주택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이 유망해 보인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