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대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경기부양책이 불가피하다"(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아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시장실패를 치유하지 못하고 시장제도 발달을 저해시킬 수 있다"(정운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야 할 것인가를 놓고 최근 두 사람이 각각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았다. 강 원장의 '부양론'에 대해 정 교수가 "지금 시급한 것은 정부 주도의 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일 뿐"이라며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 경기논쟁의 불을 먼저 지핀 사람은 강 원장. 그는 지난 12일 한 특강에서 "일부 학자들은 꾸준한 구조조정만이 살 길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경기가 침체될 때에는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추가 인하하고 정부는 정보기술(IT) 등에 대한 투자를 앞당겨 시행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정책 수단까지 제시했다.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쓰더라도 총수요 압력은 1% 미만이기 때문에 중기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같은 강 원장의 제언에 대해 정 교수는 13일 서울 호텔롯데에서 열린 세계인재개발원 최고경영자 모임을 통해 즉각 반론을 폈다. "정부는 자신이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고 말문을 연 그는 "어설픈 단기정책이 아닌 단호한 구조 재건에 나서야 한다"며 경기부양의 '부작용'을 경고한 것. 정 교수는 차제에 정부가 구조조정의 확실한 마무리에 매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구조조정은 시장의 자율적인 힘을 통해서만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며 "시장의 실패를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은 제도화를 통해 달성돼야 한다"며 "내생적인 통제와 감시.감독을 통한 제도적 환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