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정부가 발표한 "재정의 경기대응기능 강화방안"은 예산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동원 가능한 정부부문 자금을 최대한 동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공공기금, 연기금, 공기업의 예산을 조기집행하거나 확대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못지 않은 경기부양 효과를 내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경기 상황을 인정하고 대응책을 마련키로 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일단은 환영할 만하다는게 일반적인 평이다. 그러나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등의 정공법을 택하지 않고 공기업 연기금 등을 동원하는 편법을 택한 것은 해당 기업의 독립성과 건전성을 해칠 가능성이 높아 자칫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공기업이나 공적기금의 반발이 불보듯 뻔해 추진과정에서의 실효성도 의문시된다. 정부의 재정기능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적지않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조기집행하겠다고 몇차례나 공언했지만 이 약속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할일은 안하고 뒤늦게 편법을 동원한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 상반기 재정정책은 제대로 됐나 =정부는 당초 1.4분기 경기가 최악일 것이라며 올해 예산을 최대한 상반기에 집행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지난 1∼5월 재정자금의 지출실적(순융자포함)은 올해 예산 1백42조4천억원(통합재정수지 상의 예산)의 36.1%인 47조8천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수입은 수입예산 1백42조원의 46.2%인 63조8천억원에 달했다. 경기조절을 위해 정부 돈을 민간에 풀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16조원이나 더 끌어들여 경기회복에 방해만 된 꼴이 됐다. 정부는 뒤늦게 각 부처로 배정된 자금이 실제로 조기집행되고 있는지 점검반을 만들어 조사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경기는 악화될대로 악화된 터였다. ◇ 공공기금과 공기업 동원의 실효성 =정부는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의 설비투자, 토지공사 주택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등의 건설투자를 앞당기거나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공기업이나 기금은 사업 시행 시기를 결정할 때 나름대로 시장분석,기술.생산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특히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고 회사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 설비투자는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시기와 규모를 결정한다. 이런 사업계획을 아무런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임의로 앞당기거나 규모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사업의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추진과정에서 반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연기금 동원 논란 =증시부양에 동원됐던 연기금이 경기대책에 또다시 동원되고 있어 말썽거리가 될 전망이다. 연기금이 금융자산 뿐 아니라 부동산 간접상품, 사회간접자본 투자사업 등 다양한 곳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만 열어 주려 한다는게 정부측 설명이지만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 재정기능 살려야 =정부 재정의 경기기능을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연기금이나 공기업을 동원하는 편법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 경기를 살리라는 것이다. 추경예산을 편성하거나 과감한 감세정책을 통해 경기촉진적 재정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5월까지 16조원이나 더 걷은 상태에서 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세금을 더 걷은 만큼 조속한 감세정책을 마련하고 일부 적자재정을 감수하더라도 추경예산을 편성하는등 정부기능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공기업을 동원하는 것은 구조조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인 만큼 이를 동원하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