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M들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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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내 가타부타 아무 말이 없었다.
개장 반시간 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이 이미 지난달 손실을 입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전해졌다.
당사자는 말을 아꼈다. 내년 1/4분기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전망에도 묵묵부답.
시장은 안개 자욱한 속에서 매도를 택했다. 주가는 6,000원, 3.41% 빠진 17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무엇부터 어디까지를 반도체라고 보는 지에 대한 오해였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부문에 TFT-LCD까지 포함한다. 침묵은 오는 20일 금요일이면 깨진다.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각 사업부문 별 실적추이 및 전망을 투명하게 드러낼 것으로 기대한다. 연초, 고부가 가치 램버스 D램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호도하지는 않았는 지도 묻고 싶다.
여기서 지난주 해외 반도체 업체 경영진의 진단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는 반도체 부문이 언제 다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 회복 기미가 전혀 없다." "D램 산업은 앞으로 몇 분기 동안 계속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주 삼성전자를 비롯, 반도체 업체 실적발표는 우선 수로 지난주를 압도한다. 매출이 전망한 범위 내에 들 것이라고 자신한 인텔이 앞장을 선다. 이밖에 어플라이드 마이크로 서킷스, ASM 리소그라피, 브로드콤, 사이프레스 반도체, PMC-시에라, 자일링스 등 쟁쟁한 스타들이 출장한다.
지난주 금요일, 오름세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던 설움을 벗어낼지 관심이다.
반도체 외에 실적도 쏟아진다. 무려 1,200개 기업이, 다우지수 편입 종목 가운데는 1/3이 이번주 성적을 공개한다. 실적보다 이번 분기, 그리고 다음 4/4분기 전망이 오히려 관심거리다. 물론 미 증시 투자자들은 깎아내린 실적이나마 달성한 게 어디냐며 환호작약할 수도 있다.
16일 월요일에는 개장 전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시티그룹이 실적을 내놓는다. 17일 장 종료 뒤에는 인텔과 애플의 소식이 전해진다. 같은 날 바이오젠, 테러다인, 캐터필러, NCR, 메릴 린치, 웰스 파고, 메이텍, 월풀, 이스트만 코닥, 존슨&존슨, 그리고 파이저의 성적표가 전달된다.
이번주 국내 증시는 화요일 제헌절 휴장을 끼고 있다. 월요일에는 변동성을 피하는 눈치장세가 예상된다. 18일 수요일에는 인텔의 수익과 전망에 대한 미 증시의 반응이 파급되며 주 후반 지수의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아르헨티나 외채 디폴트 우려와 주변 및 관련 지역으로의 불안심리 확산 여부도 눈여겨봐야 겠다.
굵직한 경제지표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월요일에는 5월 산업재고가, 화요일에는 6월 산업생산과 공장가동률이 발표된다. 수요일엔 6월 소비자물가와 주택신축동향이 나온다.
목요일에는 5월 무역수지와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 7월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지수, 그리고 컨퍼런스 보드의 6월 경기선행지수가 예정돼 있다.
산업생산이 줄 경우 내리막이 아홉달째 지속되는 것이다. 경기선행지수가 오른다면 석달 연속이다.
한편에서는 아홉달이면 불황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고, 다른 켠에서는 경기선행지수가 석달 내리 상승하고도 경기가 반등하지 못한 적은 없다고 목청을 높이겠다.
국내 경기지표는 18일 6월 고용동향이, 다음날에는 소비자전망과 KDI 경제전망이 예정돼 있다.
한편 앨런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8일 수요일 오전 '하반기 의회 발언'에 나선다.
의회 증언에서 그린스팬이 현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 지는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체계적인 오류를 감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망가진 분석력을 숨기기 위해 어떤 수사를 동원할 지가 관심이라면 관심이다. 지난 2월 반례 증언 때 그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2∼2.5%로, 4/4분기 실업률은 4.5%로 전망했다.
실업률은 두달 뒤, 그리고 다시 넉달 뒤인 지난달 이미 연말 전망치에 도달했다. 4/4분기에 이르기까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으며 5%는 넘는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1/4분기 성장률은 1.2%에 그쳤다. 2분기에는 제자리를 맴돈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분기는, 로렌스 린지 백악관 경제보좌관에 따르면, 1%대 정도. 다음 분기는 2%대면 바랄 나위가 없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금리와 관련해서는 아래 쪽을 가리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0.4%나 떨어졌는데 주저할 까닭이 없다. 시장에서도 다음달 아껴둔 25bp가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 그는 지난달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도 자신의 규율을 깨고 금리를 내리겠노라고 두 차례나 공언한 바 있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