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베이징 주재원의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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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업체 상사원으로 5년간 베이징에 주재해온 P차장.그는 지난 13일 금요일 밤 베이징올림픽 개최가 확정되는 장면을 TV로 보면서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베이징 시민들이 환호하는 장면을 보면 괜히 심통(心痛)이 나기도 한단다.
그는 왜 그런 생각이 들더냐는 질문에 "중국사람들에게 자랑할 게 하나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농담조로 답한다.
중국인에게 '우리는 올림픽을 치른 나라'라고 자랑했는데 이제는 어려워졌다는 얘기였다.
올림픽취재를 하던 중 P차장과 같은 생각의 한국 상사원을 많이 발견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올림픽 유치에서 중국의 거대한 힘을 느꼈다"고 말한다.
거대한 힘 앞에서는 그 힘이 아무리 호의적이라 해도 두려움을 갖게 마련.그게 상사원들이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의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베이징 올림픽, 이로 인한 중국경제의 성장은 우리에게 커다란 기회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산업구조로 볼때 이웃에 대규모 시장이 생성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번 올림픽 특수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부 기업들이 벌써 올림픽특수 전략을 짜고 있다.
그럼에도 베이징 올림픽에서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 이유는 무얼까.
우리의 준비가 덜된 탓이다.
흔히 "중국은 21세기 우리의 최대 경제파트너"라고 말하면서도 제대로 된 중국연구소, 중국연감조차 찾기 어려운 게 우리 실정이다.
조직적으로 중국전략을 짜야할 정부는 부처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 '마늘파동'과 같은 분쟁을 자초하고 있다.
기업들은 중국이 잘 된다니까 너도나도 달려들어 제살깎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에서 10년동안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한 상사원은 "앞으로 3∼4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중국의 경제환경이 세계무역기구(WTO)가입으로 3,4년동안 급속히 변할 것"이라며 "이 변혁에서 소외되면 우리는 중국에서 영원히 멀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의 올림픽 열기를 보면서 '우리에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