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집중호우] "동부간선路는 살인도로..." 시민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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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죽기 싫으면 내리세요."
"왜요"
"폭우로 중랑천물이 불어 길이 막혔습니다.
지금 빠져나가지 않으면 물에 휩쓸려 죽습니다"
15일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동부간선도로를 달리던 택시에서 실제 있었던 얘기다.
황급히 길옆 둔덕을 기어오른 두 사람은 넘실대는 중랑천 물에 택시가 서서히 잠기는 모습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날 이렇게 해서 동부간선도로에 버려진 차들은 수백대에 달했다.
오후 들어 물이 빠지자 차가 뒤엉켜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차 위에 올라앉은 차,뒤집힌 차,언덕 위에 걸쳐 있는 차,방향이 바뀐 차 등등.
멀쩡한 차들이 물에 젖어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세상에 이런 도로가 어디 있습니까.
매년 이렇게 침수되는데도 근본적으로 도로를 손보지 않는 것은 살인행위 아닙니까"
매일 동부간선도로를 통해 출퇴근한다는 김용애(32.상계주공 10단지)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동부간선도로는 노원구 당현4교와 용비교간을 잇는 14.2km의 하천구간을 고쳐 94년 개통한 도로다.
이 도로는 그러나 아직까지 준공검사조차 받지 못한 "무허가 도로"로 남아 있다.
서울시는 2001년까지 5차로 고가도로를 건설한 뒤 현재 동부간선도로를 철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그나마 관계 당국이 교통통제만 제대로 했더라도 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게 시민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날 교통통제가 이뤄진 시각은 15일 새벽 정각 1시.
하지만 이때는 이미 많은 차들이 동부간선도로에 들어선 뒤였다.
장마철만 되면 범람하는 동부간선도로.
이날 버려진 차 피해만도 수십억원에 이른다.
이 피해는 도로관리를 잘못한 정부 당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이 봇물을 이룰 수도 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