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說이 난무하는 국제외환시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엔화 가치 폭락설, 아시아 통화가치 동반 하락설, 중남미 통화위기설, 동유럽과 러시아 통화가치 하락설, 미 달러화 가치 급락설 등….
요즘 국제외환시장에서는 각종 '위기설'이 난무한다.
가장 큰 요인은 '각국의 통화 가치는 경제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는 종전의 통화가치 결정이론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년 동안 지속돼온 미국 달러화 독주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 달러화는 세계 모든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미국 경제와 미국 증시가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견실해야 하는데 실상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 것인가.
바로 이 대목이 최근 난무하고 있는 각종 위기설을 정리하고 또 앞으로의 국제외환시장 움직임을 점치는 중요한 단서다.
지난 1년 동안 달러화 독주가 지속된 데에는 국제간 자금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펀드자금의 특성에 주로 기인한다.
다시 말해 세계증시가 침체될 때 펀드자금들은 자신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통화(safe-haven currency)' 보유 성향이 강해진다.
현재 국제외환시장에서는 가장 안전한 통화로 미 달러화가 지목되고 있다.
미 달러화 독주체제가 약 1년 이상 지속됨에 따라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도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다.
올들어 미 연준리는 침체된 경제와 증시회복을 위해 무려 여섯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미국경제의 구조를 감안할 때 금리를 내릴 경우 보통 약 3∼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준다.
물론 미국의 금리인하 이후 경제상황을 보면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효과면에서는 종전에 비해 거의 반감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미 달러화 가치가 미국경제 여건과 관계없이 지나치게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달들어 미국 내에서는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달러화 강세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앞으로 미 연준리가 금리를 내리더라도 고평가된 달러화 가치를 적정수준으로 시정시켜 놓은 상태에서 금리를 내려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달러화 가치의 폭락설을 제기해 주목되는 상황이다.
미국 이외의 나라들에서도 미 달러화 독주체제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플레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과 또 장기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원성이 심하다.
갈수록 금융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중남미를 비롯한 개도국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들어 유럽을 보면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반면 물가 수준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세운 올해 목표선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유럽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높은 인플레 부담으로 금리인하와 같은 경기부양 수단을 쓰지 못하게 되는 점이다.
물론 달러화 강세·유로화 약세에 따라 인플레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본 입장에서도 얼핏 보기엔 엔화의 약세는 일본제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여 일본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겠으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일본 경제 여건하에서는 엔화가 약세가 되면 일본내 자금이탈에 따른 역자산 효과로 경기가 침체되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달러화 독주에 대해 미온적이다.
결국 달러화 독주는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도움이 안된다.
문제는 일본.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처한 경제여건과 미국 경제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 이후에도 달러화 독주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달러화 가치를 각국의 경제여건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런 시각에서 이번 주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서방선진7개국(G7) 정상회담에서는 '달러화 안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회의에서 달러화 독주체제를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있고 구체적인 방안이 과연 나올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무엇보다 달러화 독주체제를 막기 위해서는 선진국들 간 확고한 공조체제를 통해서 유로화든 엔화든 매입을 해줘야 한다.
불행하게도 이 점에 있어서 경제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도출되기 어려워 보인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