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IT기업들은 매년 한 두 차례 대규모 컨퍼런스를 주최한다. 이들은 이 컨퍼런스를 통해 자사의 신제품을 대내외에 알리고 고객사및 협력사를 초청,우의를 다지는 행사를 연다. 이런 행사를 치르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자돼야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 따라서 국내 업체들에 이런 행사는 '사치'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올란도 오렌지카운티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A월드2001'행사는 컴퓨터어소시에이트(CA)가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IT컨퍼런스를 여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번 행사에 CA는 무려 3백억원을 쏟아부었다. 세계 60여개국에서 온 3만여명의 손님들을 맞는데 투입된 자사 직원만도 1천여명이 넘는다. 회사의 주요 임원들도 이 행사에 전념하느라 사실상 일상업무를 중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컨퍼런스는 투자대비 수익(ROI)이 확실하다는게 이번 행사의 총괄기획을 담당한 허버트 시겔 수석부사장의 얘기다. 시겔 부사장은 "지난해의 경우 컨퍼런스가 열린 후 90일이내에 CA의 제품을 구입한 고객중 70∼80%가 컨퍼런스 참관자였다"며 "이들이 구매한 제품만 수억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주도면밀한 행사진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CA는 이번 행사 참가자들에게 스마트카드를 지급했다. 참가자들이 세미나 전시회 등을 둘러보기위해서는 이 카드로 신분을 확인받아야 한다. 따라서 컨퍼런스 기간동안에 누가 어디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CA는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해 컨퍼런스가 끝난후 고객마케팅에 활용하게 된다. 찰스 왕 회장을 비롯한 부사장급 이상 임원들은 행사기간동안 자사의 홍보맨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들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각 국에서 온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자사 솔루션의 적용사례를 언론에 알리기 위해 고객사들과 기자들의 인터뷰를 주선하기도 했다.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국내의 수많은 IT컨퍼런스와는 달리 CA월드 2001은 투자대비 수익이라는 관점에서 치밀하게 준비된 행사였다. 김태완 IT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