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일자) 불황에도 돈 거둬들이는 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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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기에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부양을 꾀하는 것은 경제정책의 기본에 속한다.
그런데 지난 상반기중 우리의 재정운영은 그와 정반대의 현상을 보였다.
경제성장률이 3%대로 추락하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통합재정수지는 1∼5월중 14조2천억원의 막대한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정부가 돈을 풀기보다 오히려 환수해감으로써 민간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킨 경기역진적 행태를 보여준 이같은 결과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 정부가 예산의 조기집행 등 재정지출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조치를 취하겠다고 수없이 강조했던 점에 비춰보면 정책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누적된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지금은 경기침체를 막는 것이 더 화급한 과제임은 아무도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같은 인식하에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누차 강조한바 있고, 그런 점에서 상반기중의 재정운영 실적을 실망스럽게 생각한다.
재경부가 발표한 재정자금 배정실적을 보더라도 조기집행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당초 계획에 못미치고 있을 뿐만아니라 연간예산의 절반을 겨우 넘긴 정도다.
특히 지출예산 가운데 경기 대응력이 가장 높다고 볼수 있는 재정투융자 사업의 순융자규모가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못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재정투융자 사업의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가 재정운영을 통해 경기를 진작시키는데 있어서 상당한 제약이 있음은 분명하다.
추경예산을 편성해 재정지출을 늘리고자 해도 국회에서 법안심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달리 대안이 없다.
당장 국회에 계류중인 금년도 추경예산안이 여야의 선심성예산 시비 등으로 표류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수 있겠다.
지출규모의 타당성 여부는 신중히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추경 필요성은 시비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경제정책은 시기의 적절 여부에 따라 실효성이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해 지금부터라도 여야 정치권은 추경안을 비롯한 민생법안 심의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도 책임 회피를 위한 안이한 세수추계 결과가 이같이 왜곡된 현상을 초래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경기는 악화되는데 세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원인은 무엇이고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세율과 조세체계는 적정한지 등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