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3:23
수정2006.04.01 23:25
국내외 경기위축으로 수출이 넉달째 줄고,기업들의 설비투자는 7개월째 감소하는 등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 정책의 초점이 '경제 살리기'에 맞추어지고 있다.
과거 이런 경우 경제와 대립 관계 차원에서 대두되는 것이 환경문제다.
그러나 최근 재편되는 국제경제 질서를 보면 환경과 경제는 더 이상 '상충'관계가 아니다.
환경자산 그 자체가 국부가 되고,환경규제도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맥과이어 교수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이론은 환경규제를 기업경영과 국가 경쟁력에 해악적인 것으로 접근하였다.
지난 1970년대부터 미국정부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더욱 확대되자 이를 기업경쟁력과 무역수지 악화 요인으로 꼽은 것이다.
즉 환경규제의 강화가 기업의 환경비용 부담 증가를 초래하고 또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려 결국 기업 경쟁력을 하락시키고,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추락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많은 경제학자들의 공감을 샀다.
뿐만 아니라 경제개발에 모든 국력을 쏟아붓고 있던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정부들에 '성장과 개발을 위해 환경파괴는 양해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제공하였다.
즉 환경은 얼마 안되는 경제 선진국들의 사치품 정도로 인식하게 하였다.
하지만 국제질서는 급속히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80년대에 환경문제가 지구적인 생존권 차원에서 부각되기 시작하였고,90년대에는 환경문제가 경제·통상·정치 문제를 지배할 현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기후변화협약과 같은 국제환경규제 움직임이나,세계무역기구(WT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의 환경과 무역과의 연계 논의 등,실지로 기업과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조치들이 태동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해 등장한 이론이 이른바 '포터 가설'이다.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제시한 이 가설의 핵심은 '환경보호와 환경규제는 반대로 기업 경쟁력에 득이 되고,나아가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간접적인 환경규제는 기업의 이윤극대화 실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그의 가설을 여러 국가의 실증연구를 통해 증명해 보였다.
그의 가설은 최근 미국 금융기관과 세계은행(World Bank)이 추진하는 사업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에서의 기업 환경회계를 구축할 시범사업과,금융기관의 투자시 환경리스크 관리 방안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앞으로 금융기관이 기업에 투자할 때 신용도나 재무상황뿐만 아니라 환경리스크까지 고려해 투자지표를 결정토록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즉 앞으로 환경친화적이지 못한 기업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된다.
환경비용의 증대는 궁극적으로 기업 회계의 건실화에 도움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고려대학교 등에서 연구한 결과 모두 이 '포터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제 개방화가 계속되고 주요 선진국의 수입품에 대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볼 때 새로운 경제질서에 상응하는 환경규제 노력은 한국경제의 경쟁력에 해가 안된다.
하지만 국내 정책결정자는 아직 이러한 국제적 변화의 물결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경제문제가 현안으로 다가오자 환경문제는 다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느낌이다.
경기 부양이나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환경을 희생하려는 전 근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를 부양한다는 명분 하에 환경을 볼모로 개발에 치중하고,기업의 비용을 감소시킨다는 발상하에 환경규제를 완화하면 경쟁력 없는 후진국가로 전락해 버릴 수 있다.
'환경보호는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위한 인프라 투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의 정책 결정자들은 '환경규제와 환경투자는 국가경제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는 국내외의 실증연구 결과를 보다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sjkwak@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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