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문학'의 산실인 전북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 진메마을이 수몰위기에 몰렸다. 건설교통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전국의 댐후보지 12곳 가운데 한 곳인 전북 순창군 적성댐이 건설될 경우 진메마을이 물 속에 잠긴다. 정부는 연말까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진메마을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53)씨의 고향이자 문학적 젖줄인 곳. '섬진강' 연작 시집을 비롯 산문 '섬진강 이야기''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창작동화 '옥이야 진메야'와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 같은 작품들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들 작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요즘도 매주 1백여명이 현장을 찾아 김 시인 집 근처 느티나무 아래에서 문학강연을 듣고 있다. 강마을의 독특한 정서를 안고 있는 이곳은 탐방객들에게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산소같은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진메마을 아래 10㎞ 지점에 적성댐이 건설되면 진메마을 뿐 아니라 이광모 감독의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지였던 천단 구담 장구목 등의 명소들도 수몰된다. 김 시인은 "적성댐 건설 예정지는 좁은 협곡지형으로 계곡 아래 수초와 바위들이 필터작용을 하는 곳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댐이 건설되면 섬진강이 자정능력을 상실하게 돼 현재와 같은 맑은 물을 간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임실군과 군 의회는 최근 댐건설 반대입장을 정리함으로써 정부측과의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