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감추는 사람,실패를 살리는 사람'(하타무라 요타로 지음,정택상 옮김,세종서적,9천원)은 실패학의 정수를 담고 있다. 이른바 패자부활의 성공법칙을 다룬 책이다. 도쿄대 교수인 저자는 실패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네가지로 요약한다. 우선 창조와 변화에는 실패가 따르기 마련인데 그것을 무시하면 성공이나 도전의지가 꺾인다. 실패를 은폐하면 할수록 더 큰 실패가 따른다. 실패의 경험에서 교훈을 못 찾으면 그만큼 손해다. 그리고 실패 과정에 숨겨진 여러가지 신지식이 묻히고 만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모든 실패에는 귀중한 지식이 숨어있다'는 대목이다. '수업료'를 낸 만큼 확실히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4장에 나오는 사례. 2000년 7월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30년 동안이나 각종 차량의 결함과 리콜 사실을 은폐해왔다는 것이 발각돼 회사가 도산상태에 몰리고 말았다. 실패가 드러나면 끝이라는 근시안적 조직보존 논리로 작은 실패를 숨기다가 조직 자체가 붕괴되는 경우다. 미국의 경우는 좀 다르다. 한 사람의 중대한 실책으로 실패했을 때 그 과정과 문제점을 낱낱이 밝히는 조건으로 형을 감면해주는 사법거래 제도가 있다. 파생금융상품을 잘못 다뤄서 베어링은행을 파산시킨 전직 은행원 닉 리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사람의 강연회가 열렸을 때 한장에 1억원이 넘는 입장권이 불티나게 팔렸고 이 '죄인'을 아예 직원으로 고용하려는 회사도 있었다. 파생금융상품의 특성과 위험성을 이보다 더 생생하게 아는 인물은 없다는 얘기다. 남의 회사가 수백조원을 잃어가며 배운 쓰라린 교훈을 고작 몇억원에 배우면 훨씬 이익이라는 것.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이 "실패 친화도가 높은 사람이 경쟁에서 앞서간다"며 극찬한 책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