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정보기술(IT) 산업이 경제침체의 주범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IT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IT를 근간으로 경제성장을 해온 미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등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터넷의 아카데미영화상(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웨비상을 받았던 71개(2000년 말 기준) 웹사이트중 5개가 폐쇄됐거나 운영을 중단했다. 또 19개 사이트는 매각되거나 감원 등을 단행했으며 주가가 1달러 이하로 폭락하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닷컴뿐이 아니다. 포천지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5백대기업(지난해 매출액 기준)에 따르면 IT 기업들은 손실 규모가 커 헛장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최근 미국 PC시장이 올해 지난해보다 5.5% 줄어든 8백17억달러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81년 이후 최초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모건스탠리는 세계의 IT경기는 미국의 경기 둔화 및 과잉투자로 인해 2003년에야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체수출의 절반가량을 IT부문에 의존하고 있는 대만 증시에선 16일 가권(加權)지수가 1백16포인트 떨어져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지연 등이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대만 정보산업연구소는 대만의 세계 최대 수출품목인 메인보드의 올해 생산규모를 지난해에 비해 10% 줄어든 51억달러로 추정했다. IT부문 경쟁력이 높다는 싱가포르도 2.4분기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0.8%)을 기록했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자국 수출의 절반 이상을 IT 제품에 매달리고 있는 국가들도 경제회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광진.조재길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