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3:23
수정2006.04.01 23:25
아산만을 끼고 있는 충남 당진의 철강공단.
지난 98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드리위진 불황의 그림자가 아직도 가시지않고 있다.
90년대초 아산만시대를 꿈꾸며 공장을 세운 한보철강은 부도로 쓰러져 현재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인근의 환영철강도 마찬가지다.
한보철강과 잇닿아 있는 동부제강은 분양받은 30만평중 12만9천평에만 공장을 세웠다.
각각 10여만평씩의 공장용 부지를 마련한 연합철강과 동국제강.
부지만 확보한 채 공장건설엔 엄두를 못내고 아직껏 마냥 놀리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들어 이곳 일부 업체는 다소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의 철강 보호무역주의,과잉설비에 묶여 속사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감산이나 구조조정의 압력까지 받는다.
"입에 겨우 풀칠이나 하는 정도다"
한보철강 총무팀의 신승주 과장은 "올상반기에 50만t의 철근을 생산해 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며 "법원의 승인이 나면 이달 중 특별성과급 1백%를 지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사뭇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한보철강 당진제철소의 핵심설비인 열연공장은 현재 가동중단 상태다.
철근 공장만 돌리며 활로를 찾고 있던 한보철강이기에 특별성과급 지급은 고무적인 일.
가동률 1백%로 연간 철근 생산량 1백만t도 맞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환영철강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 회사 강현호 공장장은 "공장 가동률이 90%는 돼야 이익이 나지만 60∼70%에 불과하다"며 어두운 얼굴을 했다.
연간 철근 생산량(약 80만t) 중 80%를 건설업체에 판매해야 하는데 재고만 쌓이고 있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국내 철강업체들의 철근 재고는 지난 1월 55만t에서 5월엔 23만3천t으로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여기엔 동절기에서 공사철로 들어선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재고는 두배가 넘는다.
게다가 장마철을 감안하면 재고는 다시 늘어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냉연업체인 동부제강.
올 1분기에 1백10억원,2분기에 2백50억원의 영업이익이 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8월 초엔 IR(기업투자설명회)도 가질 계획이다.
이종근 동부제강 상무는 "왕복 항공기 티켓을 끊어주고 최신 설비를 구경시켜주며 해외고객을 붙잡았다.철저한 주문생산체제로 바꿨다.과거처럼 시황을 미리 점치고 일부 물량을 먼저 생산해 놓았다가 낭패를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업체간의 명암속에 당진 철강공단은 설비축소,감산 등 철근업체 구조조정 압력과 미국의 철강 보호무역주의 파고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동부제강이 냉연제품 수출시장을 미국에서 동남아 등 다른 시장으로 서둘러 전환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갈아타려는 모습이나 한보철강이 영업이익 쌓기에 전력을 쏟고 있는 게 그 예다.
당진=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