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국내외 경기·실적부진…추세전환론 퇴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주식시장이 이렇다할 매수요인을 찾지 못한 채 수급불안에 허덕이고 있다.
외국인이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순매도하고 있고 선물시장에서도 신규매도를 증가시키며 수급악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옵션시장에서도 콜매도와 풋매수 포지션을 잡으면서 약세 전망에 기울어져 있다.
더욱이 그동안 현물시장을 뒷받침했던 프로그램 매수세가 위축되고 매도가 증가하면서 현물시장의 수급에 부담을 주고 있다. 기관은 미국 나스닥시장이 뚜렷하게 반등 신호를 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쉽사리 매수에 가담할 것 같지 않다.
주식시장은 다음주까지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따라 일희일비할 것으로 전망되나 뚜렷한 반등이나 상승 모멘텀을 찾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기·실적 부진 등 기초여건이 약화되면서 대안모색이 좌초되고 있다.
현재의 주식시장은 수급여건, 모멘텀, 주도주 등이 세 가지가 모두 없는 이른바 '3무'시장으로 지칭될 정도다.
특히 하이닉스반도체의 감산 등 세계 반도체 불황타개 노력이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등 국내산업을 주도하는 첨단기업들의 향후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6월중 산업생산이 부진하자 지난 NAPM지수의 예상밖 개선 기대감이 사그라졌고 7월중 국내 수출 감소율이 커지면서 수출경기 회복을 축으로 하는 경기회복론은 좀더 지연되는 방향을 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통해 내수경기 부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정부가 예산불용액과 연기금 등을 통해 10조원의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히고 여야가 경제문제에 관한 한 협력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소식은 아직 메아리 수준이다.
더구나 내수경기부양론이 그야말로 고육지책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지난 1960년대 이래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따라 국내 산업이 수출 업종 위주로 편재돼 있고 수출업종 내에서도 불균등은 이미 심화된 터이기 때문이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콜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 가능성은 없으며 신흥시장 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유연한 통화정책 운용 발언은 일부 채권시장의 단기 매수세를 촉발시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콜금리 추가 인하가 내수경기 부양론과 연결되지 않느냐는 관측을 보이면서도 금리인하의 경기회복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전체 금융시장이나 실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더욱이 신흥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현재 상승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달러/원 환율과 맞물려 기대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감이 제기되기도 한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산업생산 부진을 부면 수요가 개선될 상황은 아직 아닌 듯하다"며 "그나마 미국은 소비가 유지되고 있으나 안심할 상황이 아니고 산업수요 부진은 국내 수출경기회복이 더 지연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긴축 경영 선언은 서울대 정운찬 교수의 적자전환 발언과 더불어 실적에 대한 악화 우려감을 주고 있다"며 "수출 부진 상황에서 달러/원 환율이 오르는 것은 일견 이해가 되지만 금리인하로 내수부양을 유도한다면 물가불안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