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한겹 접었다. 국내 증시는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반도체 시장을 따라 아래 쪽을 바라보고 있다. 모멘텀 공백, 주도주 부재, 매수 주체 상실이라는 '3무' 효과가 여전히 유효한 가운데 미 주요 기업 실적 발표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6월중 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하지 못했다. 고용 상황이 개선됐다기보다는 구직활동 포기에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19일 하이닉스, 20일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대표 기업의 2/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깔리면서 매수는 저가주 위주로 제한되고 있다. 18일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11시 57분 현재 지난 월요일보다 4.34포인트, 0.79% 하락한 544.59를 가리키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69.63으로 0.54 포인트, 0.77% 떨어졌다. ◆ 반도체 감산 효과 누리나 =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주가 '감산 효과'로 '인텔'을 뚫고 나란히 사흘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개장 직후부터 1% 안팎의 상승률을 꾸준히 유지하며 17만원선 회복에 나섰고 하이닉스는 한 때 6% 이상 급등하는 등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남반도체, 신성이엔지, 씨피씨, 동진쎄미켐, 엠케이전자 등 거래소와 코스닥 반도체 관련주는 대부분 오름세다. 이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이날 발표된 하이닉스의 감산 결정이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날 일본 후지쓰와 NEC의 감산 발표도 분위기 형성에 일조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잇단 감산 결정이 곧바로 반도체 경기 회복이나 D램 가격 반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시장 관계자들은 반도체 관련 주가의 추세 전환은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동참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감산은 영향이 적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섣부른 추격 매수는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이승우 신영증권 선임연구원은 "하이닉스가 감산할 경우 약 4% 정도의 반도체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공급 과잉 물량이 8~9%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감산에 따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후지쓰나 NEC는 D램 반도체보다 단말기용 플래시 메모리 감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감산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용찬 대신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감산 결정으로 하이닉스의 경우 3분기 누적적자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투자자들도 반도체 경기 회복보다 이 점에 더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트레이더가 또 다시 하이닉스를 목표 삼아 거래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주도주를 잃은 시장에는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 통신주 선방 = SK텔레콤, 한국통신, KTF 등 상장 및 등록 대형 통신주가 동반 강세를 보이며 지수 낙폭을 줄이는데 톡톡히 역할하고 있다. 특히 이들 대형통신주는 최근의 하락 추세를 끊고 바닥권 탐색에 돌입, 지수 하락 방어주로서 부각되며 새삼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두 달여간 계속된 외국인 매도세로 추가 매도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수급 안정에 기초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동기식 IMT-2000을 재료 삼아 LG텔레콤, 하나로통신 등이 약진한 반면 SK텔레콤, 한국통신, KTF 등 업종 대표주가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현정환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관련주의 방향성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통신주가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며 "그동안의 외국인 매도세로 수급 조건이 더 이상 악화될 가능성이 적어지면서 저가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경세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추세전환으로 보기에는 너무 빠르다"며 "업종 대표주로서 낙폭 과대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 연구위원은 "또한 해외 사업자와의 전략적 제휴나 자사주 매입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며 "영업 질적인 측면에서 반도체 관련주에 비해 양호하다는 실적 기대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