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 언론사 세무조사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으로 시시비비가 분분한 와중에 들려오는 '세계 속의 한국소식'은 찜찜한 것들 투성이다. '항공관리 위험국'으로 찍힐 경고를 받아 재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건설교통부의 소식은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인천국제공항을 개항하며 '국제적'이니 '최첨단 시설'이니 하며 요란을 떨었지만,정작 기본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아닌가. 또 2001년 세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3개 등급 중 최하위인 3등급으로 꼽혔다는 소식,여성의 사회참여율이 조사대상 64개 나라 가운데 61위로 꼽힌 것도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다. 노벨평화상 수상,인권법 제정이 무색해진다. "한국기업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고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돼 있어 투자가치가 높다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불안정성 때문에 망설여진다"는 해외투자자들의 평도 듣기 껄끄럽다. 나라 경제도 사회적인 상황과 이미지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조사를 누가 하건,또 이런 순위를 누가 매기건 간에 세계 속에서 살아 갈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통일헌법 논의,대북한 전력지원문제 등으로 나라 안이 냄비처럼 들끓을 때 외국은 냉정하다 못해 냉랭하게 우리 한국을 판단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 1인당 빚은 갈수록 늘어가고,미국 일본 유럽 등 우리의 주요 시장인 해외경제는 쇠락기에 접어들어 있어 눈에 불을 켜고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해외에서 들려오는 소식이란 '정부의 언론사 대응 문제,황장엽씨의 방미 문제'에 대한 껄끄러운 발언이나,'한국민들은 일본 역사교과서에 왜 그렇게 강경하게 대응하느냐'는 반응이니 속이 탈 일이다. 게다가 동아시아 나라들의 경제는 선진국의 견제 속에서도 순항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더욱 속이 탄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 인권,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문제 등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서도 '2008 올림픽'의 베이징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대번에 '기대주'로 떠올랐다. 일본의 경도된 우익화에 한국이 어떻게 흥분하든,세계의 시각은 구제불능의 애물단지가 돼버린 듯한 일본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고이즈미 정권이 구원해 주지 않을까 하는 데 더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 일본경제는 지난 10년 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무시 못할 경제대국이기에,또 중국은 그 숫자의 괴력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절대로 무시 못할 대국이기에 얻는 이익에 비해,우리 대한민국은 약자 또는 소수일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현실임에랴. "그까짓 세계 반응이 무슨 상관이야.왜 남의 나라 내정에 간섭하는 거야.자기네들은 어떻게 했는데…. 우리의 주권은 우리의 주권이야"하고 넘겨 버리기에 우리 한국은 너무 허약하게 느껴진다. 한국은 겸허해져야 한다. 한국은 좀 더 실리적인 자존심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겸허한 자세를 가지면서도 자존심은 지킬 수 있다. 약속했으면 반드시 지키고,지키지 못할 약속은 안하고,합리적으로 따질 것은 따지고,일단 합의한 국제 기준은 철저히 지키고,철저하고 치밀하게 관리해 신뢰감을 주고,구호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 이루어져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그래서 믿을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 이것이 국가의 자존심 아닐까. 일제 36년 간 식민지시대와 6·25 한국전쟁의 아픔을 딛고 일어난 한국에 대해 세계는 측은한 눈빛으로 도와준 적도 있고,한강의 기적이라고 하는 고도경제성장에 찬탄의 눈빛으로 박수를 쳐주기도 했고, 감동의 눈빛으로 성취를 축하해 주기도 했다. 마치 잘 자라는 아이,무럭무럭 커가는 청소년에게 감동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제 홀로 선 한국,어른이 된 한국은 그 성공과 성장만큼 어려운 책임이 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있었던 섣부른 동정도 너그러운 지원도 없어졌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어른은 그 행위에 의해 판정될 뿐이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세계 구도에서 우리 한국은 여전히 약소국이다. 그러나 한국은 분명 강한 약소국이 될 수 있다. 한국,부디 스스로에게 냉정해지자. 좀 더 스스로 합리적이 되자. 스스로에게 겸허해지자. jinaikim@www.seoulfor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