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산업이 올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반도체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반도체 생산장비 판매가 올해 3백10억달러에 머물러 지난해에 비해 무려 35%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노벨러스 등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실적악화 발표와 비관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은 2분기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6% 급감한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3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반도체 산업환경이 불확실하다면서 구체적인 예상치를 내놓지 못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발표가 잇따르면서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에 살아나기 힘들고 내년 중반에 가서야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 여파로 17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날에 비해 6% 떨어진 558.07을 기록했다. ◇반도체 생산장비 급감=미국반도체장비협회(SEMI)는 업계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올해 반도체장비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35% 감소한 3백1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17일 발표했다. SEMI는 2004년까지는 지난해 달성한 4백77억달러의 판매기록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비 판매는 내년에 11.6% 증가하고 2003년에는 22.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반도체 경기 회복이 내년부터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퀘스트도 최근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와 장비 매출이 수요 부진과 과잉 재고로 인해 올해 각각 26%,30%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경고 잇따라=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는 "판매 감소가 예상 이상으로 심각하다"며 "반도체 산업의 회복이 내년 중반으로 미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벨러스는 이날 예상치를 소폭 상회한 실적을 내놓았으나 "반도체 제조업체가 생산설비를 늘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향후 실적은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매트손테크놀러지의 브래드 매트손 사장은 "반도체 장비산업의 매출이 SEMI의 예상치보다 더 나빠져 40% 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회복 불투명=지난 4월 반도체 애널리스트 조너선 조셉의 '바닥론' 이후 높아진 반도체 경기 하반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들고 있다. 회복론에 거의 유일하게 힘을 실어주던 인텔마저 3분기 매출이 62억∼68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불확실한 전망치를 내놓아 투자자들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