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울산지역 노사분규의 상징물이었던 높이 1백20m의 골리앗 크레인이 폭염속에 굉음을 내며 선박블록을 탑재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작업현장. 고부가 컨테이너선을 생산하는 건조2부 김인선차장은 "발주받은 선박들의 납기 날짜를 맞추려고 야근.특근을 밥먹듯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일에도 건조2부 전직원의 64%(4백54명)가량이 특근을 해야 할 정도로 바쁘다. 올 연말까지 22척의 수주물량을 소화해내려면 휴일도 없이 일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정은 인근의 현대미포조선도 마찬가지다. 향후 2년반 정도까지 꽉찬 일감을 확보해둔 이들 회사는 선박블록들을 쌓아둘 공간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현대중공업은 아예 영빈관 주변 산 절반을 깎아내 블록조립야드로 활용하기로 했다. 현재 마무리공사 중이다. 미포조선은 공장내 빈터가 조선기자재로 꽉 들어차차 급기야 인근 바다에 2백m 길이의 돌핀안벽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은 올 연말까지 각각 5백명과 6백명의 신규인력을 상시 채용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싼타페 생산라인. 5백60명의 종업원들이 하루 2시간씩 연장근무하는 것도 모자라 휴일까지 반납하며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생산에 매달리고 있다. 생산라인은 1백10% 풀가동되고 있다. 미국 등 북미와 유럽지역 딜러로부터 월 6천∼8천대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이 때문에 하계휴가기간 중에도 연장 특근근무를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기업에 의존하는 협력업체들의 기상도는 그리 쾌청하지 못하다. "현대차가 기아와의 합병 이후 납품경쟁이 배 이상 가열돼 수주물량이 급감하고 있다"(S기업 양모 과장). 싼타모 등의 판매 저하로 공장 가동률이 50%대로 떨어진 협력업체도 있다. 문제는 비스티온 등 외국의 메이저 부품사들이 울산 진출을 구체화할 경우 사정이 더욱 나빠질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이미 현대차의 연간 부품조달비용 11조원 중 울산의 1차 협력업체 42개사가 벌어들이는 총 수익이 1조원을 넘어서지 못하는 형국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5월까지 수주한 물량 가운데 협력업체가 기대를 걸었던 해양·플랜트 부문도 목표치의 50%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울산의 5백개 협력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성진지오텍의 경우 열교환장비등의 수출로 대기업 의존틀을 벗어났지만 이같은 협력업체가 많지 않은게 문제다. 울산기능대 박광일 교수는 "기술로는 일본 등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뒤지고,가격으로는 중국 등 후발 개도국에 밀리는 '넛 크래커(Nut Cracker)'에 처해있다"고 걱정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