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의 회복이 지연되는 와중에 아시아에서 철강가격 덤핑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소식에 휘둘리며 닷새째 떨어졌다. 골드만삭스가 올해 순이익을 1조원대에서 8,550억원대로 낮춘다는 보고서를 내놨지만 국내 철강전문가들이 이미 연초부터 이런 수준으로 낮췄기 때문에 '뒷북'이라는 평가다. 이날 종가는 지난 월요일보다 4,000원, 4.02% 급락한 9만5,000원이었다. 장중 9만100원까지 하락, 지난 4월 24일 8만3,000원 이래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지난 16일 현재 59% 이상으로 최고 지분율 상태에서 추가 보유에 부담을 느껴 이날 매도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매수도 있었다. 올들어 하락세를 보인 철강가격은 연초에는 2/4분기 이래 회복론이 나왔다가 다시 연말 회복·반등론으로 회복시기가 늦췄졌다. 그러다 지난 6월 세계철강다이내믹스(WSD)는 하반기에 다시 하락될 수 있으며 철강사들에게 생존 그자체가 성공이라는 전망이 나와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일본의 철강사들이 가격인상·유지 정책에서 가격인하를 감수하고서라도 수주량을 선점하겠다는 쪽으로 급선회하면서 동남아에서 일본산 열연강판이 톤당 180달러대로 뚝 떨어졌다. 지난 2/4분기 한국으로 들어오는 일본산 열연강판 철강가격은 톤당 205달러 수준이었으며, 포항제철의 열연코일 내수가격은 톤당 220달러 수준으로 포항제철에 가격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일본 철강사와 유통업자의 열연 재고는 780만톤 수준으로 지난 1992년 8월 이래 최고수준이며, 신일철 등 일본사들의 생산감축 노력도 미흡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경기침체 영향이 포철을 제외한 아시아 철강기업들의 주가에 반영되고 있으며 철강가격은 3/4분기에 이어 4/4분기까지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경기침체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미국의 구경제권 주식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으며 포철의 향후 주가도 주목되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텔레콤 등 첨단기술주에 비해 상대적인 낙폭이 적었기 때문이다. 철강전문가들은 포항제철의 2/4분기 순이익이 1,830억원으로 1/4분기 1,720억원보다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면서 원가절감 노력이 배가되는 3/4분기와 4/4분기에도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안정된 이익구조를 갖고 있는 포철에 대해 투자등급은 여전히 매수나 보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철강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경기회복 시그널이 보이지 않는 한, 일본 철강사들의 감산 노력 등이 구체화되지 않고 덤핑경쟁이 지속되는 한 포철 주가 역시 상승모멘텀을 갖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