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을 바라보는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드라마가 오랜만에 선보인다. 20일 오후 10시50분 MBC TV '베스트극장'을 통해 방송되는 선경희 극본,고동선 연출의 '동행Ⅱ'. 이 작품은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베스트극장 극본 공모'에 접수된 3천9백71편 중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것이다. 원래 제목은 '동행'이었으나 지난 93년 같은 제목의 드라마가 '베스트극장'을 통해 나간 적이 있기 때문에 '동행Ⅱ'로 바꿨다. 재미있는 것은 60대 후반 부부가 주인공인 이 작품을 젊은 작가와 PD가 만들었다는 점. 올해 서른 살인 작가는 대학졸업 후 지난 99년 MBC 인터넷 극본 공모에 당선된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경력이 없는 신예다. 연출을 맡은 고 PD 역시 이 작품이 그의 첫번째 연출 작품이나 마찬가지다. 고 PD는 일요 아침드라마 '눈으로 말해요'를 연출한 적이 있지만 드라마 초반부엔 안판석 PD와 공동작업을 했다. 선 작가는 "지난 99년 겨울 지하철에서 아내의 수술비가 필요하다며 실성한 듯 돌아다니는 할아버지를 봤어요. 그때 언젠가 저 얘기를 꼭 드라마로 써 보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고 PD는 "수천편의 응모작 중 이 작품은 대사 하나 지문 하나에 '정성'과 '치밀함'이 담겨 있어 심사 때부터 주목받았다"면서 "이 작품을 연출해 보겠다고 책임 PD에게 청했다"고 연출 동기를 밝혔다. 중학교 음악선생으로 정년 퇴직한 순택은 기분좋으면 바이올린을 켜기도 하는 낭만파. 하지만 그는 큰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둘째 아들의 출가,딸의 빚 보증문제 등으로 차츰 힘들어 한다. 특히 그의 행복의 근원이었던 아내 금녀마저 불치의 병에 걸린다. 아내의 병을 고치기 위해 유일한 재산인 집을 팔려고 하지만 집은 딸의 빚 보증으로 날아가 버린다. 삶에 지쳐 버린 두 노인은 경치 좋은 호숫가에서 동반 자살을 기도한다. 하지만 이마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에 살기로 마음먹은 순택 부부. 서울로 돌아온 순택은 바이올린을 가지고 지하철을 탄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구걸을 시작한 것이다. 바이올린 케이스에 담긴 푼돈을 주섬주섬 집어넣는 순택의 얼굴엔 눈물과 미소가 동시에 비친다. 순택 역은 이순재가,금녀 역은 윤여정이 각각 맡아 관록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