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패망 '秘史'] (3) 보고서 작성자 '고원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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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부터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이 없었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기관의 회사채 보유한도를 제한하는 것을 보고 이젠 끝났다고 확신했다"
1998년 10월29일 '대우그룹에 비상벨이 울리다'란 제목의 노무라 보고서를 쓴 고원종씨(현재 소시에테제네랄 증권 상무)는 보고서 작성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은 정부가 CP(기업어음)에 이어 회사채까지 옥죄는 조치를 취한 바로 다음날이다.
대우 사람들이 '음모'라고 주장하는 바로 그 조치.
그는 당시의 대우를 두발 자전거도 아닌 '외발 자전거'에 비유했다.
"김우중 회장이 금융권 차입이 어려워지자 '정리해고는 없다'는 식의 고용카드(정치게임)로 버텼다"는 것.
고 상무는 지금도 "대마불사(Too Big to Fail)를 주장하려면 일본기업 정도 규모는 돼야 한다. 대우를 대마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 보고서 때문에 숱한 비난과 협박에 시달렸다.
회사가 보디가드를 붙여줄 정도.
애국심도 없느냐는 비난이 많았지만 "있는 그대로를 밝히는 것이 직업인의 자세"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파문이 일자 일부 언론이 그의 삼성 근무경력(삼성투자자문)을 들어 '삼성 관련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고 상무는 "내가 대우 공채 출신(82년 대우투자금융 입사)인 사실은 왜 안썼느냐고 따졌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지금도 그같은 상황이라면 또 보고서를 썼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보고서 파문 뒤 ABN암로증권을 거쳐 현재 SG증권 서울지점에서 전략분석가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재경부 고참 국장인 L씨의 처남이기도 하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