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둔화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속도와 영향에 대해 세계 이코노미스트들과 경제정책담당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제조업과 IT(정보기술) 부문에서 시작된 경기하락이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등으로 이처럼 빠르고 심각하게 퍼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둔화와 수요감소는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을 다시 침체로 몰아넣었고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수출국들에 직격탄을 날렸다. 중남미 국가들의 금융위기와 경기불안은 회복기미가 보이기는 커녕 악화일로에 있고 몇달전만해도 '우리는 예외'라며 큰소리치던 유럽도 저성장과 고물가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경기하락이 다시 미국으로 '부메랑' 효과를 일으켜 신속한 경기회복의 기회를 날려버리고 전세계 경제를 후퇴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올 초만해도 미국 경제의 경착륙을 경계했지만 이젠 전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를 걱정하고 있다. ◇ 세계화가 주범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경기불황이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는 요인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세계교역 규모 △금융, 투자의 세계화 등을 지적했다. 세계 교역이 전세계 경제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1970년에 비해 두배 이상 증가했다. 또 미국시장에 대한 전세계 의존도도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멕시코 경제에서 미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이며 캐나다의 경우 32%에 달한다. 특히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40%에 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에 대한 IT수출이 급감하자 싱가포르가 경기침체로 들어서는 등 미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금융.투자의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90년대 미국 나스닥의 활황은 유럽과 아시아 시장의 동반 호황을 촉발했으나 이젠 반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증시의 약세는 전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의 자산가치를 감소시키고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 다국적 기업활동 불황가속 =국경을 넘나드는 다국적 기업의 경제활동은 특히 유럽 경제를 세계 불황으로 끌어들인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예를 들어 핀란드의 노키아는 지난해 휴대폰 판매실적이 66%나 급증하면서 올해 야심찬 투자계획을 수립했으나 미국경제의 침체로 결국 종업원 3천명 이상의 감원계획을 발표했으며 60달러를 웃돌던 주가는 17달러선으로 주저앉았다. 유럽중앙은행(ECB) 크리스티안 노이어 부총재는 "급성장한 다국적 기업들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해 왔다"며 "이들 기업은 본사의 소재지와 상관없이 미국 경기침체에 기민하게 반응, 투자를 재빨리 동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보다 급격히 떨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