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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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지수는 떨어졌다.
증시는 뉴욕 약세와 장 종료 후 이어진 IBM의 실적 전망 우려를 뒤로 하고 대형주를 중심으로 반등을 일궈냈다.
그러나 최대 매수세력인 외국인은 사흘째 순매도 기조를 이었고 국내에서 추세를 바꿀만한 모멘텀이 제공되지도 않았다.
시장에서는 국내외 증시 여건이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고 펀더멘탈에 변화가 없다는 점, 그리고 매수주체 없이 프로그램 매매에 의한 반등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이날 상승을 기술적 반등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지수는 올랐으나 상승 종목수가 600개를 넘었고 거래량도 소폭 감소했다. 시가비중이 높은 종목이 강세를 나타냄에 따라 지수가 반등했지만 전반적인 투자심리를 되돌리지는 못했다는 방증이다. 아직까지 추가하락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는 얘기다.
지수관련 대형주가 시세 연속성을 갖고 다른 종목으로 매수세를 확산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시점에서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블루칩이 추세를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지적된다. 반도체, 통신 등 첨단 기술산업 업황이 호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기술주 약세의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날 시가 상위 종목 강세가 다른 재료가 있다기보다는 단순히 낙폭과대에 따른 '가격논리'였다는 점도 연속성에 대한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지지선 조차 확보되지 않은 약세장에서 가격메리트를 인식해 섣불리 저가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여전히 매수 타이밍 잡기게 골몰하기 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증시가 이날 IBM에서 나타났듯이 대형주의 실적충격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경기 침체 우려 등도 상당 부분 반영되는 등 더이상 남은 악재도 많지 않아 기술적 반등 국면이 이어지리란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이틀 동안 540선을 지켜내 어느 정도 하방경직성도 확보했다는 지적이다.
수요일 미 증시 주요지수가 약세권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관련주들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고 하이닉스로 인해 다소 왜곡되긴 했으나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하던 평균거래량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점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20일 증시는 모처럼 등장한 주도주를 놓치지 않으려는 매수세와 경계매물이 맞서며 540선에 대한 지지력 테스트와 상승세 연장을 시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술적으로는 이틀간 지켜낸 540선에서 바닥다지기를 시도하면서 5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548선 회복 시도가 나타날 것이다.
이 역시 추세전환이 아닌 단기 반등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파도타기'가 능한 투자자라면 목표수익률을 짧게 잡고 업종대표주 매수에 나설 만 하다. 그렇지 않은 투자자에게는 반등이 현금 확보 기회로 남는다.
아직까지 기술주에 대한 접근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인 만큼 낙폭이 큰 실적주에 대한 접근이 바람직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실적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시즌인 만큼 기본적 분석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목요일 뉴욕 증시가 반등에 나선다는 예측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목요일 뉴욕에서 발표되는 경제지표로는 5월 무역수지 동향과 주간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나온다. 시장 관심은 컨퍼런스 보드의 6월 경기선행 지수에 쏠려 있다. 0.2% 올라 3개월 연속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경기회복 기대감을 북돋워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앨런 그린스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 발언이 완전히 묻혀 지나갈 지도 궁금하다.
지난주 긍정적인 추정을 내놓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 기술주 실적공개가 이어진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리바, 장거리 전화회사인 스프린트, 온라인 경매업체 이베이, 광통신 장비업체 노텔 네트웍스 등도 실적을 발표하지만 단연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을 실적이 최대 관심거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1일 지난달 마감한 회계년도 4/4분기 매출이 65억∼66억달러로 예상범위 63억~65억달러를 웃돌겠다고 추산하며 국내 증시에 'MS효과'를 들려 보낸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매출은 물론 수익도 전망치를 채울만한 수치를 발표가 예상된다.
다만 불과 일주일 전 지난 분기 전망치를 공개한 상황이어서 시장관심은 이번 분기와 다음분기 전망치에 집중될 전망이다. 인텔과 IBM이 기대에 미치는 실적을 발표하고도 반도체, 컴퓨터 업황에 대한 향후 실적 우려를 나타내면서 오히려 악재로 작용한 점을 감안할 때 'MS효과'가 다시 올 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망에 달려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업설명회를 열고 지난 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장 마감 후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국대 대표주이고 다시 한번 반도체 경기 회복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장중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삼성전자의 급등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단지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매수 접근으로 보기엔 너무 올랐다는 지적이다. 예상보다 상반기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얘기와 함께 '반도체 부문 적자전환 우려'를 돌려놓을 만한 재료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사주 매입설 등으로 나타났다고 파악하기도 한다.
이날 외국인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하락과 IBM의 부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지난달 초 이후 최대인 348억원을 순매수해 '뭔가 알고 들어오는 게 아니냐'는 막연한 의구심을 들게 했다.
지난주 서울대 정운찬 교수의 발언으로 반도체 부문 적자전환 등은 선반영됐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하이닉스가 1조원이 넘는 반기 손실을 발표한 시점에서 삼성전자 수익 축소폭에 관심이 가지만 역시 다음 분기 전망과 더불어 특별한 '이벤트'가 준비돼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