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당국이 부패방지법 제정을 계기로 공직사회에 대한 사정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사정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정의 강도가 간단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정당국은 이달 초 장.차관급 고위공직자 90여명의 복무기강 및 생활동향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이들 고위공직자에 대한 점검은 특히 업무 처리능력과 조직관리와 같은 공적 영역 뿐만아니라 재산문제, 여자관계, 성품, 술버릇 등 생활동향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윗물'부터 깨끗하게 한 뒤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정화작업을 벌이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집권후반기에 있을 수 있는 공직기강 해이를 예방하면서 10.25 재.보선 이후본격 검토될 당정개편에도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사정당국은 이와 함께 일선 행정기관에 대한 전면적인 공직기강 점검에도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행정자치부, 법무부가 중심이 된 정부합동점검반은 31일까지 31개 중앙행정기관과 16개 광역자치단체에 대한 공직기강 확립대책 추진 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4일 청와대에서 가진 '부패방지대책 보고대회'에서 "사정기관의 반부패활동을 강화, 원칙과 기준에 따라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예외없이 법을 적용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이처럼 반부패활동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부패문제가 단순히 개인차원의 비리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좌우, 국가의 흥망성쇠와 직결된다는 판단을내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0일 부패방지법 서명식에서 "세계사나 우리나라의 역대 왕조를 보면 부패 때문에 민심의 상실로 국가가 망한 것이 예외없는 사실이었다"면서 "부패를 그대로 두고 우리가 국가발전을 기한다든지 21세기의 세계 일류국가를바란다는 것은 연목구어"라고 지적한 점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또 권력형 비리는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공무원들의 관행적 부정부패 행위는 아직도 큰 문제점으로 남아있다는 국민여론과 정부의 자체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무원 부패에 대한 단속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공무원 행동강령제정 및 내부신고자 보호 및 고발보상제도를 금년말까지 도입하는 등 부패방지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도 병행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