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기전망과 경기부양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대통령은 어려워지는 국내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고,관련 정부부처는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근본적 문제의 개선없는 경기부양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그럼 현재 과연 경기부양이 필요하고 또 그 효과가 있을까. 결론적으로 경기부양은 어느 정도 필요해 보이지만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을 수반하지 않는 부양책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미국경기 등 세계경제의 흐름에 역행하는 '나홀로 경기부양' 또한 그 효과가 일시적이며 미미할 것이다. 경제위기가 다시 오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할 정도의 경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부양책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가지 전제가 따른다. 첫째,지속적인 구조조정이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미국 경제의 성장에 힘입은 거시경제 지표의 신기루 속에서 경제 각 부문의 구조조정을 게을리 했고,그 결과 우리는 오늘 또 다른 위기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난의 근본원인이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한 구조조정은 중단없이 추진돼야 한다.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는 경기부양은 사상누각을 짓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경제상황에서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을 꼭 서로 상충되는 목표로 볼 것은 아니다. 경기부양은 정부의 거시경제정책이다. 즉 오랜 금융시장불안과 구조적 문제로 경제가 극도로 침체되어 있을 때 어느 정도의 경기조절을 위한 거시경제정책은 필요하다. 경기부양이 외부에서 투여되는 응급주사라면,구조조정은 변화되는 환경 속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고 기초체력을 다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응급주사로 말미암아 근본적 문제가 해결됐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므로 지속적 구조조정이라는 정책기조의 변화없이 경기부양을 추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데 정부예산이 사용된다면 이는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경기부양책이다. 경기부양과 관련된 또 하나의 전제조건은 정부가 세계경제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는 고도로 글로벌화되어 서로 연결돼 있다. 특히 우리경제의 미국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고려할 때 미국 경제의 동향을 잘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이 경기침체에 시달릴 때 우리 경제만 좋아지게 하는 묘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 미국에서는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이는 비록 여러 지표들이 경기둔화 속도가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나 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되기전 까지는 경기가 반전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에 비추어 우리 경제의 반전도 쉽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최근의 미국 경기와 금리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결과는'1-1-1법칙'이 성립됨을 보여준다. 즉 장기 국채금리 1%포인트 하락은 1년 후 1%의 경제성장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또 기업투자와 소비자신뢰 역시 금리하락 후 약 12∼15개월의 시차를 두고 회복되기 시작한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이 법칙은 1980년대 이후의 미국 경기와 금리의 상관관계를 놀라울 정도로 잘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장기국채금리가 지난해 12월께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던 점에 비추어 미국 경기는 일러야 오는 12월께 회복 기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경제도 빨라야 올해 말께나 회복이 가능하리라 예상하고,무리가 없는 부양책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적자재정 등을 통한 경기부양책의 무리한 추진은 오히려 후유증을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 구조조정의 큰 틀 속에서 경기조절이라는 거시정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사려 깊은 정책이 필요한 때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