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금감위의 '우리금융'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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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해나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어떻든 집안의 큰아들 같은 존재 아닌가"
우리금융지주회사와 한빛은행 등 그 자회사 간에 불거져나오고 있는 "불협화음"을 두고 금융담독당국의 한 중견 간부가 털어놓은 말이다.
그의 말속에는 "우리금융"에 대한 애정과 불만이 교차한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도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최근 "우리금융" 지도부와 자회사 은행장들에게 마찰음을 내지말라고 강력 경고하면서도 외부적으로는 조용히 처리했다.
우리금융과 그 자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애정과 우려에는 이해도 간다.
이곳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지금까지 들어간 것만도 9조4천억원이며,앞으로 2조6천억원이 더 투입될 예정이다.
우리금융의 성패가 곧 금융 구조조정 정책의 성패로 직결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98년 정부는 구조조정의 기치아래 큰 칼을 빼들었다.
시중 은행이 5개씩 문을 닫고 부실한 증권 종금 보험사가 줄줄이 퇴출됐다.
그러면서 당시 정부는 2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합병은행으로 선도은행을 육성하고 외자유치(해외매각)로 선진 은행이 나오게 해 낙후된 국내 은행업계를 이끌어 나가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방침에 따라 한빛(합병)과 제일(외자유치)은행이 바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당국의 희망과 달리 이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한빛은 부실만 커져갔고 제일은 경영진이 스톡옵션으로 제몫챙기기에 적극 나선 것 외에 별로 시장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평이다.
이 바람에 지주회사를 육성하고 국민과 주택을 합병시켜 업계를 선도해 나가도록 한다는 쪽으로 정부 전략이 수정됐다.
우리금융에 대한 당국의 대응방식이 어정쩡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결국 잘못해도 소리높여 나무라지도 못하고 행여 남이 볼세라 달래기에 급급한 지경이 됐다.
이제 어떻게 해서 우리금융을 덩치에 어울릴만큼 강하게 키워나갈 것인지 당국은 더 고민해야 할 때다.
감싸고 돈다고 훌륭한 자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허원순 경제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