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제노바에서 22일 폐막된 G8정상회담은 세계경제 회복 및 빈국지원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선진국 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세계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데 일치된 견해를 보임으로써 향후 경기회복을 위한 공조강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에이즈 퇴치기금 창설을 빼놓고는 구체적인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선언'만 남발한 알맹이 없는 회담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제노바 회담은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사상 최악의 반세계화 시위라는 오점을 남겼다. ◇세계경제 예상보다 심각=G8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세계경제가 전망보다 침체됐고 미 경기의 둔화세도 뚜렷해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유로권 경제가 약화됐고 물가하락으로 일본의 경제활동도 한층 위축됐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하지만 정상들은 세계경제의 기조가 여전히 튼튼하다고 강조,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적 견해를 피력했다. 미국 경제는 조세감면,일본 경제는 구조조정이 경기회복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했다. ◇기후협약 합의실패=8개국 정상들간에 가장 큰 이견을 보인 지구온난화 문제는 끝내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8개국 정상들은 회담후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기후변화 협약인 교토의정서와 의정서 비준문제에 있어서 의견 불일치가 존재한다"고 명시,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진영은 일본과 캐나다를 대상으로 미국의 교토의정서 포기압력에 굴복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등 막후공세를 폈으나 미국측은 교토의정서 탈퇴라는 기존입장을 완강히 고수했다. ◇다자간무역협상 뉴라운드 협력합의=선진국 정상들은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오는 1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다자간 무역협상을 위한 뉴라운드회의에서 협력키로 합의했다. 뉴라운드는 공정한 의제를 바탕으로 다자간 규약을 도출해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일치를 봤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이행에 대한 개도국의 우려도 인정했다. 중국 러시아의 WTO 가입협상 진전을 환영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반도 등 국제현안 논의=남북한간 2차정상회담 촉구는 북한에 대한 강경노선을 견지해온 부시 행정부의 변화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G8정상들은 성명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사일 발사중지 발표를 이행하고 안보,핵비확산,인권문제 등 국제사회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현안에 대해 건설적인 반응을 제시하라"고 촉구하고 "우리는 제2의 남북정상회담이 조속히 이뤄지고 각료급 접촉도 재개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입장도 분명히 했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간 유혈사태 종식을 위한 국제감시단 파견,아프리카의 기아 및 에이즈퇴치 지원 등에도 합의했다. 주요 의제중 하나인 최빈국 외채탕감 범위를 확대하려는 계획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사상 최악 반세계화 시위=1999년 시애틀 WTO 정상회담때부터 본격화된 반세계화 시위가 처음으로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최악의 사태로 치달았다. 반세계화 시위대(시위대 추정 30만명,경찰추정 10만여명)는 제노바 회담장 주변 등에서 진압경찰에 맞서 '세계화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폭력시위를 벌였다. 회담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도 긴급논평을 내고 '비극'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국제간 주요회의에 반세계화 시위가 점차 격렬해지면서 회의 자체에 대한 회의론마저 일고 있는 실정이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