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터닝포인트] 정형문 <한국EMC 사장> .. 열정적 추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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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문(49) 한국EMC 사장은 국내 IT(정보기술) 업계에서 주목받는 CEO(최고경영자)중 한 사람이다.
지난 95년 직원 3명으로 출발한 한국EMC를 맡아 4년만에 매출 1천억원을 돌파하는 놀랄만한 성과를 올렸다.
이 기간중 연평균 매출신장률은 1백%.
정 사장은 이런 성과를 거둔 비결에 대해 "인터넷 시대를 맞아 스토리지 제품 수요가 크게 늘었고 성실한 직원과 좋은 협력업체들을 만난 덕분"이라고 겸손해 했다.
1m64cm의 단신인 그는 온몸에서 뿜어내는 열정과 에너지를 주위 사람에게 나눠 주는 마력을 지녔다.
1년에 쉬는 날은 기껏해야 2-3일, 하루 평균 수면시간도 3-4시간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추진력과 일에 대한 열정이 탱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별명이 "플라잉탱크(날아다니는 탱크)"다.
정 사장은 "이같은 정신력과 열정은 역경속에서 어렵게 6남매를 키우셨던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가장 값진 재산"이라고 말했다.
단위농협 조합장이던 부친이 5공시절 강제 해직되면서 집안살림이 크게 어려워졌지만 정 사장은 가족들의 눈물겨운 배려로 3형제중 유일하게 영광에서 전남 광주로 유학할 수 있었다.
광주고를 졸업한 뒤 한국외국어대에 입학한 정 사장은 대학교수가 될 꿈을 안고 대학원에 진학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 때문에 취업전선에 뛰어 들었다고 한다.
시스템 엔지니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 사장 인생에 전기를 가져다준 사건을 겪었다.
모 지방은행 온라인시스템에서 알 수 없는 장애가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며칠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을 때의 일이다.
정 사장은 며칠을 파고들다 발견한 프로그램 오류가 아라비아 숫자 "0" 대신 잘못 입력된 영문자 "O"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심각한 회의감에 빠져 결국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
"한정된 경험과 좁은 시각을 가진 시스템 엔지니어로서는 시시각각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이 불가능 할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첫 직장을 떠난 정 사장은 이후 코리아에이컴, 한국실리콘 그래픽스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던중 EMC 아태지역 본부장의 강력한 권유로 한국EMC로 자리를 옮겨 빛을 보게 됐다.
그는 "열심히 일한 사람이 보상받지 못하면 자발적으로 일하는 분위기가 생기지 않는다"며 "한국EMC의 성장 비결은 "일한 만큼 보상한다"는 경영 철학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최근의 닷컴위기에 대해 "IT 산업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지금의 여려움은 발전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보잘 것 없는 지렁이가 토양을 기름지게 하듯 각자가 늘 처음처럼 맡은 직분에 충실하면 위기는 경쟁력으로 바뀔 것입니다"
플라잉탱크 정 사장이 직장인들에게 던지는 말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