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사태로 인한 한일관계 악화의 영향으로 음악계에도 "일본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음악가 초청공연이나 일본을 소재로 한 공연 등이 잇따라 취소 또는 보류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단장 박수길)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내년 6월 정명훈씨 지휘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양국에서 번갈아 공연하는 대형행사를 추진하다가 최근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문화관광부 담당자가 국립오페라단 관계자에게 "때가 어느 땐데 "나비부인" 공연을 추진하느냐"고 질타하는 등 악화된 대일감정이 공연 취소의 주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비부인"은 일본의 항구도시 나가사키(長崎)를 배경으로 미국 해군장교를 사랑한 일본 기녀(妓女) 초초상의 애절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당초 이 공연에는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와 로베르토 알라냐의 더블캐스팅이 추진되기도 했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현재의 국민정서상 일본색이 물씬 풍기는 "나비부인"의 공연은 곤란하다고 판단,계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또 공연기획사 CMI는 오는 9월로 예정돼 있던 일본 연주자 기타로의 내한공연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CMI는 기타로를 초청했을 경우 국민들의 대일감정 악화에 따른 흥행실패와 이미지 악화 등을 우려,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가 한창이던 지난 5월 중순 일본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구라모토 유키가 내한공연을 가졌을 때에도 일부 기업체에서 대일감정 악화를 문제삼아 막판에 협찬 약속을 취소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한 공연기획사 대표는 "국민감정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일본 예술인 초청이나 일본 소재 작품의 공연 등은 자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