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의 '이슈탐구'] '진통겪는 '우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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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이 투입된 5개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출범한 우리금융지주회사가 출범초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지방은행인 경남.광주은행이 지주회사가 요구하고 있는 MOU(경영계획이행 약정서) 체결을 공식 반대하고 나서면서 우려했던 내부 갈등이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광주은행은 왜 MOU 체결을 반대하는 것일까.
이들 은행이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예금보험공사와 체결한 기존의 MOU가 존재하고 있는 데도 굳이 별도의 MOU를 요구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이는 기능재편 시한인 내년 6월말까지 독립성을 보장하기로 한 지난해 12월22일의 노.사.정 합의사항을 무시한 채 "우리금융"이 경영권을 통제하고 간섭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다른 반대 이유는 MOU의 내용이 경영상의 중요사항에 대한 사전협의, 그룹 차원의 인적자원 개발관리, 경영계획 차질시 점포 조직의 통폐합 등을 포함한 실천계획 수정 요구, 임원 제재 등을 규정한 것은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주회사측에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고 있다.
MOU 체결 취지는 자회사의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위한 것일 뿐 자회사 경영에 간섭할 의도는 없다는 것이다.
사전협의 조항은 모든 경영권이 자회사에 위임되어 있음이 전제돼 있는 것이고 MOU가 없더라도 자회사가 주주인 지주회사와 협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MOU의 내용은 이들 은행이 자기네 자회사에 적용하는 관리지침과 비교해도 결코 과도한 경영간섭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원론적으로 따져 볼 때는 지주회사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지주회사가 주주로서 자회사에 대해 경영개선 계획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지주회사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MOU 내용도 은행의 자회사 관리지침과 비교해 봤을 때 결코 과도한 경영간섭이라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런 시각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사정이 이런데도 자회사인 은행들이 MOU 체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4개 은행 통합문제에 대한 동상이몽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나 지주회사측에서는 "2002년 6월말 이내에 노사간 협의를 통하여 기능 재편 등을 완료한다"는 노.사.정 합의를 4개 은행 통합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반해 지방은행들은 이 합의가 반드시 통합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합의 내용에 "등"이 포함된 것은 통합 이외의 다른 방식도 염두에 둔 합의라는 것이다.
따라서 통합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MOU 체결을 저지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지주회사가 MOU 체결을 토대로 카드부분 분리후 통합, IT(정보기술)부문을 통합하는 것을 용인할 경우 독자생존의 존립 기반이 무너진다는 점에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금융지주회사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지방은행 통합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1차 관문이라 할 수 있다.
독자생존을 허용할 경우 지주회사는 옥상옥의 기구에 불과해 지주회사 설립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고, 통합을 밀어붙일 경우 극심한 진통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는 문제 해결을 뒤로 미뤄 놓은 채 노.사.정이 엉거주춤한 합의를 했을 때부터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너무나 당연한 MOU 체결을 가지고 다툴 일이 아니라 갈등 표출의 본질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 통합 문제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급선무다.
그렇다고 통합 문제가 매듭지어질 때까지 지주회사가 구상하고 있는 경영개선 계획을 도상 연습이나 하면서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런 점에서 내년 3월말까지로 계획돼 있는 기능 재편 등에 대한 최종 결과 도출을 최대한 서두르는 한편 자회사들도 MOU 체결 등 통합을 전제로 하지 않는 지주회사의 경영개선 추진에는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논설.전문위원.경제학 박사 kghw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