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선글라스에 가려진 무표정. 그 '포커 페이스'의 주인공도 메이저대회 우승감격 앞에서는 안경을 벗고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만년 2위 선수' '불운의 골퍼'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녔던 데이비드 듀발(30·미국)이 마침내 생애 첫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다. 그것도 세계 골프대회 중 최고 역사,최고 권위를 지닌 제 1백30회 브리티시오픈이었다. 듀발은 23일 새벽(한국시간) 잉글랜드 로열 리덤&세인트앤스GC(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4언더파 67타(버디 5개,보기 1개)를 기록,4라운드 합계 10언더파 2백74타로 메이저 우승의 숙원을 풀었다. 최종일 초반 '무명 돌풍'을 일으킨 끝에 2위를 기록한 니클라스 패시(29·스웨덴)에게 3타 앞선 완벽한 승리였다. 통산 13승째. 우승상금 85만8천달러(약 11억1천5백만원)를 받아 투어 상금랭킹이 지난주 25위에서 8위로 껑충 뛰었다. ○…3라운드에서 6언더파 65타를 치고 공동 선두가 된 듀발은 상승세를 최종일까지 이어갔다. 듀발보다 먼저 플레이한 패시가 초반 7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섰으나 그가 리더보드의 맨 위에 올라 있던 시간은 오래되지 않았다. 마지막조로 출발한 듀발은 3번홀 버디로 중간 합계 7언더파,공동 선두가 된 뒤 파5홀들인 6,7번홀에서 2온2퍼팅으로 잇따라 버디를 낚아 2타차 단독 선두로 뛰쳐나갔으며 11번홀(파5)에서도 벙커샷을 홀 1m에 붙여 네 번째 버디를 낚았다. 듀발은 12번홀(파3)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져 유일한 보기를 범했다. 그러나 곧바로 13번홀에서 버디로 만회한 뒤 14,15번홀에서는 기막힌 러프샷으로 파를 세이브하며 2위권 선수들의 추격을 뿌리쳤다. ○…지난해 챔피언 우즈는 이날 이븐파 71타,합계 1언더파 2백83타로 공동 25위에 머물렀다. 우즈는 최종일 전반까지 2언더파를 달리며 선두 부상의 기회를 엿보았으나 12번홀(파3?1백98야드)에서 트리플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추격의지가 꺾이고 말았다. 12번홀은 그린 폭이 좁은데다 그린 주변에 벙커가 6개나 있는 까다로운 홀. 우즈의 티샷은 그린 오른쪽 깊은 러프에 떨어졌다. 러프가 워낙 깊어 꺼낼 수 있을지 여부조차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우즈는 그러나 그린을 노리고 힘껏 쳤다. 볼은 40야드 정도 날아 페어웨이로 나왔다. 세 번째 시도한 칩샷은 그린을 향했으나 경사를 타고 구르더니 '항아리 벙커'로 빠지고 말았다. 우즈는 네 번째 벙커샷을 홀 2.4m 지점에 떨궜으나 2퍼팅을 했다. 지난 3월 베이힐인비테이셔널, 또 6월의 뷰익클래식에 이어 올들어 3번째 트리플보기다. 메이저대회에서는 지난해 마스터스 12번홀 이후 15개월 만에 처음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