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석(49)게비스 사장은 살충제를 물 마시듯 마신다. 그는 자기 회사가 개발한 살충제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살충제를 꿀꺽꿀꺽 마셔버린다. 이 회사가 개발한 살충제 '크린 킬'은 퍼메트린을 특수배합한 것으로 곤충은 죽지만 사람에겐 전혀 해롭지 않다고 한다. 양 사장은 살충제만 마시는 게 아니다. 자기 회사가 개발한 화상치료제를 임상실험해 보기 위해 스스로 실험대상이 되기도 했다. 양 사장의 앞가슴엔 삼(三)자로 그어진 화상이 있다. 이 화상은 벌겋게 달궈진 석쇠로 자해(?)한 흉터다. 이렇게 자신의 가슴에 상처를 입힌 이유는 게비스가 새로 개발한 화상치료제를 직접 임상실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화상치료제 '게비스 807'을 상처부위에 바르자 금방 통증이 가라앉으면서 곧 상처가 아무는데 자신도 놀랐으며 이후부터 이 치료제에 대해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밝힌다. 그의 특이한 행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적포도주 찌꺼기가 사람의 피부에 좋다는 것을 알아보기 위해 포도찌꺼기를 뒤집어쓰고 사흘간 잠을 자기도 했다. 언뜻 양 사장의 이같은 행동은 단지 '기행'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남의 눈을 의식해 이런 일을 벌이는 게 아니다. 스스로 믿어야 남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느껴보지 않고서는 고객에게 팔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런 실험정신에 힘입어 이 회사의 의약 및 화장품 소재는 세계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프랑스 파리 현지법인과 오스트리아 빈 현지법인에서 원료를 생산하고 있는 이 회사는 곧 사천에 제품생산 공장을 지을 방침이다. 이곳에서 발효물질을 소재로 한 각종 화장품 및 의약원료를 생산,유럽지역에 공급할 계획이다. (02)517-0366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