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은 호의적이지 못하다. 그런데도 국가IR(투자홍보) 활동은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전보다 크게 떨어진 국가신용등급은 국내 간판기업 경쟁력 제고의 발목을 잡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자산 매각이나 투자유치에 헐값 시비를 자초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갈수록 힘들어지는 직접투자와 증시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고 지속적인 구조조정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IR활동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 삼성전자 해프닝 =지난달 18일 밤 S&P가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부랴부랴 정정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삼성전자의 단기 외화채권 등급을 A2에서 A3로 상향 조정했다가 다시 A2로 원위치시켰다. S&P가 A2인 한국의 국가등급(단기채 기준)을 A3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4분기 이익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들 정도로 재무구조나 수익성이 좋다보니 S&P에서 착각한 것 같다"면서도 "국가신용등급의 한계 때문에 해외 경쟁업체보다 자금조달 비용이나 투자유치 측면에서 당하는 불이익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무디스와 S&P에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공식 요청해 놓고 있는 포항제철 관계자는 "국가신용등급이 외환위기 이전보다 아직도 4∼5단계나 낮은 상태여서 민간 기업이 불리한 여건에서 해외 업체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도 등급 상향이나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 멀어지는 해외의 관심 =지난 6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를 봐도 외국인의 애정은 식어가고 있다.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전년보다 16.8% 늘어난 67억달러. 그러나 이 수치는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SK텔레콤의 지분 매각 신고분 29억7천만달러가 포함된 것이어서 사실상 외국인 직접투자는 전년보다 34.8%나 줄었다. 상반기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5% 늘어난 2백6억9천만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끌어들인 중국과는 크게 대조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연간 수출액 1억달러가 넘는 72개 주요 수출국에서 한국 상품의 해당국가 수입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점유율이 5%를 넘는 곳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16개국에 불과했다. 한국 상품이 여전히 선진국 시장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 국가IR의 활성화 필요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8백여명의 외국 펀드매니저와 신용평가회사 관계자 등 국제금융전문가 그룹에 정기적으로 한국 경제 상황과 개혁 진행 상황을 알리는 e메일을 발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외채 만기연장 협상이나 8개국 17개 도시에서 국책 금융기관과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벌인 '코리아 포럼' 등과 같은 조직적인 국가 IR활동은 올들어 뜸해지고 있다. 그나마 손꼽는다면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이 지난 5월 홍콩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 참석한 게 전부다. 이용기 한국기업평가 부사장은 "한국 경제의 실상을 소상히 알리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으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며 "기업도 분기마다 한번씩 IR를 하는데 외환위기 직전의 신용등급을 아직 회복하지 못한 국가에서 정부 차원의 IR활동을 소홀히한다는 것은 해외 경쟁업체와 싸우고 있는 기업들의 부담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현승윤.박민하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