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속절없이 추락,520선까지 밀렸다. 오른 종목보다 떨어진 종목이 압도적으로 많은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고 국내외 모두 이렇다할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 추가 하락을 점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증권 전문가들은 기술적 분석으로는 이미 국내 증시가 '만신창이'가 된 상태여서 분석 자체가 의미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세계 증시가 최악의 국면으로 갈 가능성은 크지 않고 지수 500선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감안할 때 지금이야말로 저가 매수의 적기(適期)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수의 바닥은 어디인가=전문가들은 1차 지지선으로 520,2차 지지선으로 500선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주가가 상승한 뒤 헤드 앤드 숄더(머리어깨)형 패턴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차 지지선은 520이라는 분석(LG투자증권 황창중 팀장)이다. 520선이 깨질 경우 작년 4·4분기부터 10개월 가까이 다져온 바닥인 500이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교보증권 김석중 이사는 "IMF라는 특수상황을 제외하면 지수가 500선 밑으로 추락한 시기는 경기침체기였던 지난 92년 8월(450선)과 작년 11월(480선),지난 4월(490선) 등 몇 차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요 종목 지지선은=삼성전자는 15만원대 초반이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SK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작년 11월부터 세 차례의 저점이 15만원대에서 형성됐다"면서 "16만원대 초반과 15만원대까지 하락하면 매수세가 붙겠지만 반도체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은 만큼 17만원대에서는 공격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SK텔레콤은 18만원대,한국통신은 5만2천원선이 리스크 없는 가격대로 제시됐다. 대우증권 민경세 연구위원은 "두 회사 모두 실적이 계속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펀더멘털이 좋지만 약세장 속에서 지속적인 상승보다는 낙폭과대에 따른 단기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의 경우 침체장 속에서도 외국인 지분율이 꾸준히 27%대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지만 하락장세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관 등이 비중 축소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포항제철은 작년 이후 기술적 지지선 역할을 해온 8만5천원이 지지선으로 제시됐다. 삼성증권 김경중 연구위원은 "세계적인 생산량 감소 추세와 맞지 않게 일본 업체들은 지난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생산량을 오히려 소폭 늘렸다"면서 "일본 업체들의 감산이 늦어지면 4·4분기 철강가격 회복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전략=전문가들은 일단 주가의 바닥을 확인한 뒤 투자에 나설 것을 권유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팀장은 "자금여력이 많지 않은 일반투자자들은 바닥권을 확인한 뒤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여유자금이 있다면 520선에서 매수를 시작해 500선까지 분할 매수할 만하다"고 말했다. SK증권 전 팀장은 "빅5가 현재 주가에서 10% 가량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장기투자보다는 반등을 노린 단기 매매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키움닷컴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말 경기가 저점에 도달하고 국내 증시는 여름이 지나면 대세 상승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면서 지금이 주식을 사야할 시기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