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RP(전사적자원관리)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동안 한국오라클 SAP코리아 한국후지쯔 등 외국 ERP업체들이 분점하고 있던 이 시장에 국내 토종 ERP업체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속속 입성하고 있다. 단순히 업체 수가 증가한 것뿐만 아니라 이들의 사업실적도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국내 ERP업체들의 매출은 최고 4백%까지 급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매출증가 추이도 이에 못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측의 추정이다. 이제 국내 ERP시장은 절대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체제로 돌입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국내 토종 ERP업체의 약진은 ERP 도입에 대한 관심이 대기업에서 중견.중소기업으로 확장됐다는 점과 국내 실정에 적합한 솔루션 개발에 매진해온 이들의 기술경쟁력이 시장에서 서서히 인정받고 있는 데 기인한다. 이와함께 ERP솔루션의 수요처가 기존 전통 제조업에서 벗어나 금융 유통 광고대행사 시스템통합(SI) 등으로 다각화된 것도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소기업청이 국책사업으로 선정해 주관하고 있는 중소기업 IT화 지원 사업은 국내 ERP시장에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정보의 고속도로"를 회사 자체에 구축해야만 하는 새로운 시대의 불문율은 이제 모든 시장참여업체에 어김없이 적용된다. "표준화"와 "통합"으로 요약되는 ERP는 도입 업체에 비용절감과 생산성 제고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ERP시스템 구축에 너나할 것없이 뛰어드는 것도 바로 이 시스템 구축이 무한경쟁시대에 맞딱뜨린 기업들이 내세울 수 있는 마지막 생존 카드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기업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고객관계관리(CRM),공급망관리(SCM),지식경영시스템(KMS)등도 최적화된 ERP시스템의 토대 없이는 언제 파도에 휩쓸려갈지 모르는 모래성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