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가 이레째 하락하며 3% 이상 급락하는 등 하락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24일 은행업종지수는 오전 10시 30분 현재 110.02로 전날보다 3.91포인트, 3.43% 하락, 지난 13일 이래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8일을 제외하면 하락률이 1% 안팎으로 크지 않았으나 이번주 들어 하락률이 2∼3%대로 커졌다. 종목별로 주택은행이 2만5,850원으로 전날보다 4.2% 급락하고, 국민은행도 1만5,300원으로 3.7%나 떨어졌다. 신한이 1만1,600원으로 3.3%, 하나가 6,980원으로 5.1% 낮아졌다. 또 외환은행이 2,090원으로 8.3% 폭락하고, 조흥이 2,120원으로 3.6%, 전북이 4.9%, 대구와 부산도 2∼3%대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량은행으로 꼽히는 국민과 주택은행에 대해서는 골드만삭스를 축으로 한 외국인 매도세가 크게 늘어났고 여타 종목에 대해서는 개인 매도세가 커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은행주 하락에 대해 시장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국내외 경제회복 지연과 기업실적 악화 전망이 지속되는 가운데 △ 국내 시장리스크 확대에 따른 업종별 비중조정 △ 경기악화에 대한 부실처리 문제의 재연 △ 일본의 금융불안에 대한 매도 가능성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구경회 은행 애널리스트는 "은행업종은 실적개선을 바탕으로 하락장에서 상대적으로 잘 버텨왔다"며 "그러나 시장상황이 악화되면서 외국인들이 우량은행주에 대한 비중을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리스크 증대와 함께 일본 주가가 부실채권 처리문제로 16년중 최저치로 떨어진 것도 투자심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모건스탠리는 D램가격 하락이 지속될 경우 하이닉스의 수익력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며 하이닉스 반도체의 유일한 생존책은 채권단의 출자전환이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삼성증권의 정현 수석연구원은 "우량은행주를 보유했던 외국인의 매도는 기술주 낙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금융주에 비중축소 차원으로 이해된다"며 "외국인의 금융주 매도는 개인의 투자심리에도 부정적으로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의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구경제권을 기반으로 4/4분기 회복하면 우리 수출도 회복돼 주식시장도 나아질 것이라는 게 그동안의 시장논리였다"며 "그러나 경기회복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면서 시장리스크가 커지며 그동안 덜 빠진 업종이 하락대열에 동참하는 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경기회복이 늦어진다면 기업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되거나 덜 된, 부실기업의 문제를 다시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부실기업 문제 그 자체가 은행주에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